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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Feb 29. 2020

보험료는 적게, 저축은 따로

호갱탈출 보험편 ①

여러분은 보험에 가입하고 계신가요? 가입하고 있다면 왜 가입하였나요?


보험의 기본 목적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큰 병에 걸리거나,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집에 불이 나는 등, 이런 일들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수십 년간 모은 돈을 한 번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면, 당장 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면서도 이러한 큰 손해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저축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장성 보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대표적인 저축성 보험인 연금보험도 기본 목적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해 두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되는 위험(장수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저축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암보험, 화재보험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할 때는 최소한의 금액만 내고 필요한 보장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다 보면 이런 보험을 권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많은 보험에 저축성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의 예시는 실제 화재보험의 한 사례입니다. 매월 5만원의 보험료(납입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정작 화재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보장보험료)는 14,416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35,584원이 저축성 요소(적립보험료)인 것입니다. 10년짜리 보험이기 때문에 이 적립보험료는 적금처럼 부어서 10년 뒤 만기에 받게 됩니다. 보험은 이렇게 보장을 위한 보장보험료와 저축을 위한 적립보험료로 이루어집니다.


   납입보험료 = 보장보험료 + 적립보험료


왜 보험설계사는 보장보험료만이 아니라 적립보험료를 더하여 보험을 설계했을까요? 과거에는 보장성 보험에도 의무적으로 적립보험료를 포함하도록 하였지만, 현재는 적립보험료 없이 보장보험료만 내는 형태로도 보험가입이 가능한데 여전히 많은 보험들이 이렇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이렇게 설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14,416원짜리 보험을 파는 것보다 5만원짜리 보험을 파는 것이 보험설계사는 더 많은 수수료를, 보험회사는 더 많은 사업비를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적립보험료는 보험회사에서 전문가들이 돈을 굴려서 만기에 돌려주니까, 일부는 보험에 들고 일부는 적금에 들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요.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말로 10년 동안 3만원 넘는 금액을 꾸준히 적금에 넣을 것이고, 화재보험이건 적금이건 절대 중도에 해지할 일이 없다면 말이죠.


적금이나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했을 때 보험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중도해약시 페널티가 크다는 것입니다. 적금상품은 10년짜리 적금에 들었다가 중간에 해지해도, 약정된 이자를 받지 못할 뿐 원금보장이 될뿐더러 일반 입출금계좌 수준의 이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보험은 중도에 해지시 대부분 원금도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건물을 판매하는 등 화재보험이 필요 없어진 경우에는 위 보험 전체를 해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적립한 적립보험료는 해약환급금밖에 받지 못합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 화재보험 부분은 놔두고 적립보험료 부분만 중도에 해지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경우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려면, 적립보험료가 없는 매월 14,416짜리 화재보험(순수보장형)으로 가입하여야 합니다. 이미 적립보험료가 포함된 보험에 가입 중이라면 얼른 보험사에 연락해서 적립보험료 부분을 해지하거나, 불가능하다면 적립보험료를 감액(배서)해서 지금부터라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적립보험료 없이 월 14,416원짜리 보험으로 가입했다면 10년 동안 화재가 나지 않는 경우 만기에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열심히 돈을 냈는데 왠지 그냥 돈을 날린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래서 자꾸 만기에 몇 백만 원이라도 주는 보험을 찾다 보면 이렇게 적립보험료가 포함된 보험에 가입하게 됩니다. 그 몇백만 원은 보장보험료와는 별개로 적립보험료가 쌓여서 발생한 것뿐입니다. 따라서 만기에 조금이라도 돈을 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보험은 최소한의 돈으로 가입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따로 저축을 해야 합니다. 화재가 나지 않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게 아니라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보험은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고, 저축이 필요하다면 별도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거나 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 Point

보험과 저축을 한 상품으로 가입하지 말자.

적립보험료가 없거나 적은 상품에 가입하여야 한다.

이미 적립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적립보험료 부분만 해지하거나 감액하자.


매거진 '금융상품 호갱탈출'에서는 보험·은행·카드·증권 등 각종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잘 몰라서 회사나 설계사의 배만 불려주는 '호갱'이 되지 않도록 금융상품의 기초와 금융회사의 각종 꼼수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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