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인터넷에서 코로나19 취약계층을 돕는 기부 캠페인을 보았다. 응원 문자를 보내면서 기부에 참여하는 것인데, 보다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가세 포함'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보통 기부를 하게 되면 나중에 기부금의 15%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국가에서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한 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나도 이전에 기부를 하고 나중에 연말정산을 하면서 그중 일부를 세액공제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자기부를 하면 세금을 공제해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이 결제된다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 기부 캠페인
생각해보니 몇 달 전 폭우로 인해 수해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나는 기부 캠페인을 보고 문자기부를 하기도 했다. 문자 한 통을 보내고 2천 원을 기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다면 여기에도 부가세가 부과된 것일까?
수해 이재민 돕기 기부 캠페인과 문자로 기부한 내용
200원 가지고 쪼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게 확인해보고 싶어 지난 휴대폰요금 고지서를 열어 보았다. 내가 문자로 기부한 내역은 '콘텐츠이용료'로 결제되었고, 이에 따라 분명 200원의 부가세가 함께 결제되었다. 나는 나름 좋을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작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한 것인데, 국가에서 여기에까지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부가가치세는 거래단계별로 재화나 용역에 생성되는 부가가치에 부과되는 조세로, 우리나라는 상품이나 용역 가격에 10%를 부과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나 용역에 부과되지만 예외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농산물이나 도서, 금융상품 등은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 면세 대상이다.
그렇다면 기부는 누가 보기에도 면세품목들보다 더욱 공익에 기여하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일반적인 기부금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 그리고 기부금에 대해서 15%를(기부금이 1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30%) 세액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내가 낸 기부금에 부가세가 부과된 이유는 기부금이 통신사에서 콘텐츠이용료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명의와 같은 여러 문제를 따져보았을 때 이것이 내가 낸 기부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에 따라 향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낸 금액 중 일부는 통신사에서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다. 입금과 같은 다른 방법도 있었지만 문자로 간편하게 기부를 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기부금에 대해 국가에서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부가세를 포함해서 2,200원이 기부된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낸 2,200원 중 2,000원만 기부되었고 200원은 국가에서 세금으로 가져간 것이다.
기부는 할 여유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역할이겠지만, 국가도 결국 세금으로 그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취약 계층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려면 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함으로써 국가가 증세를 하지 않게 되고 세금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된다.
문자 기부금이 통신사에서 콘텐츠이용료(정보이용료)로 분류되어 부가세가 붙은 것은 국가나 통신사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고 시스템적인 한계일 것이다.하지만 그 실질이 기부라면, 당연히 국가에서는 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스템적인 한계가 있다면 이는 공익적인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손을 봐서 개선해야 하는 문제이다.
직장을 가진 이후 지난 몇 년간 나는 작은 금액이지만 어린이재단에 기부했었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지금처럼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만큼,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은 보람 있고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최근 부동산과 대출 정책에 직격탄을 맞으며 잠시 기부를 쉬었지만, 곧 작은 금액이나마 다시 정기적으로 기부할 기부처를 찾는 중이다.
가끔씩 문자기부 캠페인이 보이면 문자기부를 하기도 했었는데, 당분간 이것은 그만두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계속 기부를 한다면 발전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이 우러나올 때는 계좌번호를 찾아서라도 다른 방법으로 기부할 것이다.) 머지않아 이 문제가 개선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