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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24. 2016

'플래그숍' 띠운 수눌음 공공임대, 시범사업이 관건

제주형 주거복지정책 발표를 보며

부동산 폭등이 제주도 전체를 초토화시키는 와중에 제주도가 주택정책의 깃발을 높이 세웠다. 일명 ‘수눌음 공공주택’이다. 

제주일보  2월 14일자


도민과 언론의 관심이 총선에 쏠려있는 동안 ‘제주형 주거복지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해 말 제주형 주거복지 종합계획에 이어 불과 한달 여만이다. 핵심은 ‘수눌음 정신’에 기반해 복지와 미래 지속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유통업의 용어를 빌면 ‘플래그샵(flag shop)'을 연상시킨다. 유통업에서는 다점포 중에서 '본점 혹은 그 점포군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한데 모은 가게'를 기함(旗艦)에 비유하며 이렇게 부른다. 한 업종의 다양한 브랜드 들이 한 곳에 모여 대규모로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쇼핑하도록 하는 매장이다. 브랜드 매장의 최근 흐름이다. 


반가운 일이다. 제주도가 10만호 건설 같은 택지공급 숫자에 치중한 주택정책 이외에공공 임대주택에 정책의 키워드를 맞췄다는 것은 의미있는 제안이다. 더구나 임대주택의 인식전환과 플래그 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임대주택의 주요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놀라운 건 언론의 무관심과 이같은 주택정책이 차지하는 의미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면 그 후유증은 늘 무주택자들게 돌아간다. 저소득층과 신혼부부, 청년 등의 주거비용 급상승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아무리 주택을 재산증식(소유)의 수단이 아닌 단순 거주수단(이용)으로 인식시키려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역부족이다. 수 십년간 경제발전의 주 동력이 부동산개발이었고 재산증식의 가장 빠른 길 역시 부동산이었터다. 전 국토를 토목공사장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아니던가. 


주택가격이 폭등하면 그 후유증은 늘 무주택자들게 돌아간다 


현실적인 한계는 엄존하겠지만 제주도가 내세운 주거에 대한 4대 인식전환은 의미심장하다.


임대주택은 주택을 재산증식(소유)에서 거주수단(이용)으로 인지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공임대의 기존 틀을 벗어나 공공임대주택을 제주사회로 유입되는 역동적 인구를 담아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공격적 의지다. 


또 평수에 맞춰 임대료를 내는 기준을 깨고 주거 수준은 같게 하되 복지지원을 소득기준이나 자녀수 등으로 차등하게 적용하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실천여부를 떠나 사회적 가치의 주택정책 반영이라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 하다. 


목돈의 부담이 없도록 임대보증금 보조하겠다는 내용, 창조적 인재와 예술가, 청년 들을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에 수용하겠다는 내용은 포퓰리즘적 주거 복지라는 내용과 다르다. 사회적 역동성을 주택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앞에서 언급한 플래그샵 측면에서 보면 제주형 임대주택은 6개의 브랜드를 갖게 됐다.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디딤돌주택(행복주택),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위한 안심주택(공공임대 5년후 분양)은 기존의 임대정책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도 브랜드 중 한 가지를 차지하게 됐다. 


수눌음 임대주택의 플래그쉽 브랜드 중 눈에 띠는 대목이 서울 등에서 시범적으로 추진중으로 막 활성화되고 있는 사회공동체주택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집어넣어 임대주택의 다양성과 외연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중 사회공동체 주택은 실효성 여부를 떠나 시도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에서는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들 주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입주자들이 상호 협의하고 양보하는 공동체 생활의 운영 원칙을 합의하고 살아간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보다는 공동체성 즉 ‘수눌음’에 방점이 더 강한 주택이다. 


더불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역시 공공의 토지를 임대해 토지 임대료를 내고 주택을 분양해 주택비용을 줄이는 형식이지만 주택 및 부동산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사실상 외면돼 온 모델이다. 여기에 공동체 생활을 전제로 하면서 활성화 되고 있는 특수한 모델이기도 하다. 


사회공동체 주택은 실효성 여부를 떠나 시도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에서는 평가할 만한 일이다


어떤 임대주택이든 이제 서민주택의 형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즉 소득기준은 물론이고 청년세대, 창조경제인, 예술가, 다자녀 세대 등 소셜믹스를 통한 사회통합의 주거단지와 임대운영의 다양성이 담보돼야 다양한 브랜드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연 제주사회의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이같은 정책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관행과 관성의 관점에서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혹은 주변 관계자들간에 회의론은 충분히 예상된다. 10여년간 있지도 않았던 주택정책이 갑자기 업그레이드를 선언한 셈이다. 택지공급 수준이 아니라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수눌음 정신을 주택정책과 결합시키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제주도에서는 낯선 내용일 것이 명확하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기대된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의 시범사업이 얼마나 빨리 추진되고 자리를 잡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는 도심 최상의 주거요건을 갖춘 핵심지역 국.공유지를 활용해 수눌음 공공임대주택과 올레형 주거지구 개념을 구현하는 ‘수눌음 공공주택’특구를 조성하겠다고 못 박았다. 


내용대로라면 일상적인 저가임대주택의 개념을 벗어나는 스마트한 주거사업을 펼치겠다는 내용이다. 임대주택이 ‘제주형 주택정책’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시범사업의 진행에 관심이 끌릴 대목이다. 


제주가 좋아서 내려오는 이주민 행렬이 길다. 여기에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제주형 주택에 살고 싶어 내려오는 수요가 더 늘어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제주가 주택정책의 ‘플래그샵’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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