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업과 사회혁신의 방향
연초부터 육지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생긴 지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그간의 경험을 함께 논의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공교롭게도 강원도 강릉에서 도시재생을 이야기하자는 제안이다.
강릉이라는 지역은 경포대를 중심으로 바다를 보기 위해 늘 다녔던 관광지 이상의 기억이 없다. 그곳에서 도시재생이 논의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커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는 지역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나름 개발과 희망에 한껏 부푼 도시일 것이라는 점 외에는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 그 도시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도시재생은 사실 낯선 방법론일 수밖에 없다.
강릉이라는 도시를 겉핥기로 알게 된 후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혹은 시기적으로 제주의 상황이 다양한 측면에서 그들에게 지역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곧 제주만이 아니라 개발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고 관광에 많은 방점이 찍힌 도시에서는 꽤나 비슷한 고민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최근의 현상을 살펴보니 동질감의 수준이 이해가 됐다. 강릉도 오래된 도시이니 원도심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쇠퇴가 진행 중이다. 외지인들의 해안가 토지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심하게는 불과 몇 년 사이에 10배 이상 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하니 제주도의 부동산 광풍을 연상케 한다. 관광객들 역시 커피라는 브랜드와 동해바다라는 콘셉트에 힘입어 급격하게 늘었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지역이라 정확한 관광객 통계를 낼 수는 없겠지만 일 10만 명 정도가 강릉시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1500만 명 관광객으로 온 제주도가 북적대는 상황을 본 터라 일 10만 명은 과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관광객의 폭증은 분명해 보였다.
사회적으로 지역의 젊은 친구들이 대학 진학과 직장을 위해 서울로 이탈한다. 즉 청년정책도 미비하고 스타트업 기업체들을 위한 제반적인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궨당’과 유사한 강릉 원주민들의 내부 연대가 굉장히 강하고 보수적이어서 외지인들이 자리 잡기 무척 힘들다는 설명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KTX가 개통되고 새로운 고속도로가 열리면서 서울과 2시간 생활권이 현실화되었다. 서울의 유명한 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가 강릉으로 커피 마시러 온다는 트렌드가 유행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모든 면에서 제주의 몇 년 전 상황과 일부는 현재와 너무나 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동질감과 더불어 이곳도 격변의 장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도시재생을 통해 쇠퇴한 원도심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코자 한다니. 제주의 경험과 현상을 공유하면서 역시 관심과 집중되는 분야는 두 가지였다. 행정의 프로세스 변화와 주민들의 참여와 주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그러나 이야기는 도시재생만이 아니다. 제주와 강릉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논의되고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도시디자인, 마을공동체, 지역균형발전 등 많은 분야가 갖게 되는 방향을 이야기하게 된다. 많은 사업이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논의되고 이를 적용하려고 한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다르니 해결책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같은 일의 진행이 개별적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존재한다. 사회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방향을 잡고 논의되면 더욱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하겠다는 논의를 한다.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들이 사회혁신이라는 공통의 방향성을 갖는다면 다양한 지역과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협업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든다.
강릉이라는 아주 낯선 장소에서 유사한 현상을 이야기하면서 제주 역시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가 엄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에도 제주형과 더불어 보편적인 방향이 있어야 하겠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