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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l 09. 2019

아기와 전시회 가기

데이비드 호크니전

5개월 된 갓난아기와 전시회를 갈 수 있을까?

처음에 아기를 낳았을 때는 당분간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다. 좋아하는 전시회도 공연도 못 보겠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지

심지어, 여행은 꿈도 못 꾸겠지?


아. 아기가 아무리 예뻐도 나는... 괜찮을까...?


이런 무수히 많은 고민들, 아기를 갖기 전 갖고 있던 상태에도 심지어 낳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신생아 시절에도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이 무색할 만큼 생각보다 나는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거의 인적이 없는 미술관에 아가를 안고 다녀온 후, 이번엔 무려 데이비드 호크니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일단 아기의 컨디션이 좋은 날, 미술관 열리자마자 들어가서 후딱(?) 보고 나와야지라고 결심을 한 뒤 찬찬히 검색을 해보니, 호크니 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수유실도 잘 되어있고 유모차도 대여해준단다.


https://m.blog.naver.com/momsmap/221279272524

그래서 아기를 아기띠에 안고 미술관에서 필요하다면 유모차를 대여하기로.


거기다가, 가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야 하는 줄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 '가이드 온'에서 호크니전 오디오 가이드 구입

(덕분에 1000원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갈 계획이라면 미리 사두면 더 좋을 듯!


따란-

24개월 미만 아기는 무려 무료!

거기다 표도 준다

(우리 복숭아는 전시회 표를 떡하니 받고 입장)


오픈 시간에 맞춰 거의 바로 갔음에도 사람들이 줄을 조금씩 서있었다.

혹여나 아기가 울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아기는 미술관 도착하자마자 수유실에서 분유를 한 통 먹고 기분 최고조 상태


거기다가 안내원께서 아기가 울면 한 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해주신다.

생각보다 아기와 오는 엄마에게 배려가 참 많이 되어 있는 곳이다.


유모차를 빌리는 것보다 안고 보면 빠를 것 같아 안고 들어갔다. 열정이 탄탄한 호크니 할아버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의 젊음이 절로 느껴진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전시회라 오히려 조용히 작품에만 집중하며 볼 수 있었다. 미리 다운로드한 가이드를 들으며. 아기는 조용하고 어둑한 전시회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잠을 자주고


나 말고도 꽤 많은 엄마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전시회를 방문하더라는 놀라운 사실!

괜한 걱정이 많았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를 낳기 전에 노키즈존이라든가,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하는 엄마들에 대한 비난을 많이 본 나로서는 처음 아기와 외출할 때 상당히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하고, 아기가 "엥-" 소리라도 낼라치면 움찔움찔.

(어쩌면 당연히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아기와 조금씩 외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아기는 엄마가 신경 쓰는 만큼 충분히 잘해주고 있고 사람들은 호의적이다.




미술관 앞에서 혼자 전시횐 포토라인을 찍고 있는 날 보더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친구가 먼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며 내 핸드폰을 가져가 되려 쭈뼛쭈뼛 서 있는 나에게

"저기 의자에 앉아보세요~ 아가야 요기 봐봐"

"까꿍까꿍" 해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1967년작 `더 큰 첨벙`


호크니전은 생각만큼 작품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더 큰 첨벙은 참 멋있었고, 맑은 색감과 시원함, 따뜻함덕에 이 여름과 잘 어울렸다.

그 시기의 호크니 작품들이 참 따뜻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복숭아랑 함께 또 멋진 그림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혹시 아기와 전시회를 생각지 못한 엄마가 있다면 꼭 도전해보시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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