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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l 05. 2024

내가 피아노 이모 같을까 봐

우리 엄마는 6남매 중 막내다.

그래서인지 무슨 일만 생기면 쪼르르 쪼르르 이모들에게, 외삼촌에게 전화해서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스타일.


그러다 보니 꼭 뭘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굳이 몰랐으면 싶은 내 이야기, 동생 이야기도 다 이모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특히, 우리 엄마의 바로 윗윗 언니인 일명 “피아노 이모”가 계신데 (이 이모의 집에 어릴 때부터 피아노가 있어서 우리끼리 붙인 애칭) 피아노 이모랑 엄마는 얼마나 가까운지


지금도 일산-대구 멀리 살면서도 사흘들이 전화하는 사이다.


그래서 피아노 이모네 딸, 아들들이 뭐 하고 사는지, 심지어 손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조차 알 정도. (아마 피아노 이모도 그렇게 우리를 다 알고 계실 거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오늘 문득 동생과 대화하며 마치 엄마와 피아노 이모사이 같은 우리를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와 여동생은 두 살 터울로, 대학을 들어가며 차례로 같은 지역에 독립했고, 상경해서 나 결혼 전까지 같이 자취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돈독한 애증관계이다.

서로 힘들 때 엄마에게도 차마 못할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었고 그래서 많이 싸우기도 했고, 이제는 각자 가정을 꾸려 아이도 있지만


지금도 매일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


엄마와 피아노이모를 이어주던 수다의 끈이 전화였다면, 나와 동생은 카톡인 셈.


그러다 보니 우리도 서로를 시시콜콜 다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각자의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피곤할 수도 있겠다 싶다.


동생은 언니인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편인데, (엄마가 피아노 이모에게 시시콜콜 다 물어보듯) 두 살 언니도 언니라고 나도 마음에 걸려 일러주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어른인 척해버린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


내가 내 앞길도 잘 헤쳐나가지 못하면서 무슨 오지랖인가 싶어졌다.


오늘의 예를 들자면, 동생이 이사를 하는데 이삿짐 사장님이 나가서 쉬다 오세요 라도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엥? 이사할 때 옆에서 봐야지 쉬다 오라니. 나 몇 번 이사해도 그런 적 없는데?”

이렇게 말해놓고, 어련히 성인 둘이 알아서 할 일에 입댄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내가 마치 피아노 이모처럼 된 것은 아닐지.

아.. 쓰다 보니 나도 물을 수 있는 언니가 있었으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이야기가 뻗어가네.


무튼, 각설하고


동생아, 이사 잘해라 -

새 집에서 잘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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