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니 거칠게
면만 다 먹고 자.
새벽 세시 이십삼분 쵸리가 내게 남긴 말이다. 이렇게 늦게까지 깨어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오늘 오전과 오후에 적지 못했던 과제를 조금이나마 해보려고 킨 컴퓨터였는데 술에 취해 들어온 그가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리고 그가 짜장면을 시킨 바람에 벌써 이시간이 되었다. 나는 오늘 오전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결심을 깨는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쵸리는 괴롭다고 했다. 자신의 괴로움이 너무 크지만 감추고 있다고 했다. 다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쵸리는 솔직한 편이다. 인생의 첫 모험이었던 호주에서, 자신에게 사랑을 일깨워준 사람을 잊지 못했다. 그년이 쌍년이지만. 그래. 2년은 약이 되기엔 아직 짧은 시간이지. 생각한다. 쵸리는 다행히도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그는 내게도 그런 아픔이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띄엄띄엄 감춰놨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둘씩 무심하게 던졌다. 그는 집요하게 이름과 때를 물으며 정보를 알고싶어했으나, 나는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존심이 쎈거지. 나의 사랑받지 못했음에 대해 고해야하는 것이 나는 싫다. 나는 만남을 가졌다고 말하기보다 모태솔로라고 말하는게 더 행복할 것 같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내가 안쓰럽고 부끄럽다. 쵸리에게도 그런날이 어여 오면 좋겠다. 쌍년은 제발 쌍년의 자리를 지키고.
제주에서 한달 살기는 서른이 훌쩍 넘은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위해(?) 접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허가없이 이 집에 얹혀 살면서 상생하는 방법은 알아야 할 것 같다. 타의로 왔지만, 진정 받아들여 지는지 확신이 안서는 듯 하다. 편한듯 편하지 않고, 함부로하면서도 눈치보게되는, 나는 집 떠난 사람이었다.
이번주의 시험과 과제를 끝내고 나면 나의 일상의 구조를 좀 바꿔봐도 좋을 것 같다. 서로가 숨 쉬기 위해서.
친구가 필요하다. 다른 세상을 보게해줄 친구. 숨을 쉬어갈만한 친구. 어디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