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쓰는 일기 2)

주말

by Juhjuh

만 구천보를 걷고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지난밤 한참을 룸메를 괴롭혀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했으면서 오늘 아침 9시 50분에 장보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7시50분에 눈을 떴고, 청소와 몇자 적기, 세탁물 정리까지 몇가지활동을 했다. 그녀와 함께 살것들을 나누고, 같이 사기로 한것들을 산다. 한 야채가게에서 10유로 이상 샀는데, 고마운 의미로 persil를 한 묶음 신문에 돌돌 말아 주었다. 꽃을 선물해주듯, F 손에 든 persil을 보며 어떤 아저씨가 꽃이 넘 예쁘다며 농담도 건냈다.


오는길에 분갈이 할 화분도 사고, 매장에 들러 일반용품도 샀더니 어깨가 무너질것 같았다. K가 집에 오기로 한 시간이 삼십분 밖에 안남았다. 참치주먹밥과 라면이다 ! 다행히 나의 밥솥과 라면이 부리나케 맛점을 하도록 도와주었고, 다행히 그녀도 조금 늦었다. 두어번의 교환 언어 수업을 한 후, 누구라할 것 없이 연락하지 않았는데, 미안하다며 연락한 그녀를 집에 초대한 것이다. 작년까지 엄마랑 같이 살다가 엄마는 그녀 오빠집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했다. 이민자 2세의 삶은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쉽지 않아보였다. 부족한 언어를 가진 부모로 인해 일찍이 어려운 서류들을 감당해야도 했고,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한 엄마는 이곳저곳 자녀에게 신세를 져야하는 따름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알게 되었다. 문득 평생 자기 엄마를 데리고 사는 우리 엄마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한국어 공부를 하는것의 한계점. 교회 소그룹의 어려움을 들었다. 불평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부분의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불만에 대해서도 게으른 부분이 있다 싶었다. 불만을 해결하지 않는 게으름.


일요일엔 노엘 합창의 반주를 했고 오랫만에 M과 시간을 보냈다.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고 채워지는 삶이 나도 그녀도 필요한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양초와 데코, 차이라떼가 나를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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