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마침표 하나를 찍었다. 마침표 동그란 모양새처럼 우리는 둥글게 둥글게 만나고 따사로이 헤어졌다. 눈 내리는 새벽,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머리에 이고 가평 록테리토 문 앞을 서성이다 선릉 추어탕에서 손을 흔들었다.
먼저 도착한 식당 창틀에 납작하니 앉은 화분 하나. 펑펑 내리는 창밖 한설은 딴 세상인 듯 아랑곳하지 않고 푸릇푸릇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소복한 게발 한아름. 조롱조롱 맺힌 게발선인장 잎사귀는 자꾸만 눈길을 잡아채며 찡긋찡긋 유혹한다. 게발 애호가를 어찌 알아보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주인장 허락을 받고 하나만을 부탁했다가 세 개로 욕심을 부렸다.
싸락싸락 끊이잖는 폭설 추위에 다칠세라 화장지 침낭으로 고이고이 싸서 가방에 조심조심 담았다. 펄펄 함박눈이 날리는 밤길 고속도로 천리길을 달렸다. 남으로 남으로.
‘한겨울에 뿌리나 내릴 수 있을까?’
‘귀한 생명을 두고 무모한 도전을 한 건 아닐까?’
‘셋인 걸 보면 아홉 부활 중 셋은 책을 만들거야!’
의문과 불안과 희망을 안고 거실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먼저 상처 난 부위를 말리며 세균 감염을 막으려 했다. 물기를 머그잔 바닥에 얇게 깔고 며칠을 두어야 잔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한겨울이라는 생각과 성급한 마음에 곧바로 화분에 심었다. 물컵 과정은 생략하고 본 화분에서 뿌리내리고 안착하기를 기대하며 셋을 수직으로 꼿꼿이 세웠다.
겨울철 귀하디귀한 햇볕을 모으며 앞 베란다로 자리를 잡았다. 서양란이 자리했던 화분에 셋을 삼각구도로 세우고 4할이 묻힐 정도로 흙을 덮었다. 바크가 들뜨지 않도록 간장을 담글 때처럼 누름돌을 살짝 얹었다. 출간 가능성이 보이는 벗들 이름을 셋 붙였다.
지난 석 달, 가슴졸이며 아침 저녁을 맞았다. 혹여나,
‘혹한에 얼지나 않을까’
‘생명 의지를 꺾고 시들어버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루하루를 살폈다. 우선 푸른 제빛을 잃지 않으니 생명은 붙들고 있음이다. 두어 달이 지나서는 빠알간 꽃눈을 틔웠다. 하나, 둘, 넷. 엄지손가락만큼 작고 한 마디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에서 새순을 틔우다니. 그것도 한파를 이겨낸 꽃눈이라니.. 경이로운 아침이었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오월 중순. 여태껏 본 적 없는 분홍. 환상적인 연분홍으로 꽃잎이 벌어졌다. 개화다. 첫 개화. 아침 햇살이 문지방을 넘을 때 이 세상에 꽃으로 온 날이다. 이름 붙인 부활 셋 순서대로 책은 나오리라. 선릉 게발선인장 언약이다.
'아홉까지 욕심을 부릴걸...!!!'
선릉 남원추어탕 게발선인장 2세 첫 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