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가수 이효리가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간다. 기차로 두 시간 남짓 달리면 경주다. 여행용 가방도 딸이 보낸 것이고 딸로서 이것저것 많이 챙긴다. 기차간에서 간만에 대화도 길게 나누고 엄마 가방 안에 든 소지품도 챙겨본다. 하트 모양 손거울은 모녀가 똑같다. 이건 딸 효리가 선물한 게 아닌데도 말이다. 어쩜 취향까지 깔맞춤이 될까 싶다.
경주 여행은 모녀 여행이기도 하지만, 인간 이효리와 전기선의 여행이기도 하다. 효리의 마음이 그렇다. 이 프로그램을 핑계로 모녀 여행을 후회없이, 미련없이 시도했다. 일박이일 시간을 내기는 정말 힘들다는 말이 바쁜 일정을 대변한다.
경주 대왕릉, 청성대도 처음인 엄마 전기선은 왕릉 무덤이 산더미만 하다며 놀란다. 왕릉 사이 바람의 협곡에서 폴짝 뛰며 모녀사진을 찍고 추억사진관은 다시 찾은 효리는 엄마랑 교복차림으로 친구처럼 추억도 남긴다. 소풍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엄마이고 인생이라는 엄마 전기선의 말처럼 즐거운 모녀소풍이기를 바랐다.
엄마는 경주를 다녀 온 적이 있다. 이십대 젊고 어린 나이에 집안 계모임에서 갔다. 나들이옷으로 긴 치마 한복을 입은 차림으로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앞에서 찍은 사진이 증명한다. 그 다음 사진은 오십 년 세월을 넘은 2017년쯤 될까. 교회 노년부 소풍이다. 에밀레종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에서 소풍나온 소녀표정으로 수줍게 웃으며 한가운데 앉았다.
딸이랑 간 적은 없다. 연예인만큼 바쁜 삶도 아닌데 엄마랑 단둘이서 여행 한번 못해 봤다. 기껏해야 고향 산소나 들락거리고 인근 지역만 뱅글뱅글 다닌 정도. 마지막 걸음에서는 시골장터 돼지국밥이 끝이었다. 돌아오는 그길 국도 위에서,
"엄마랑 언제 맛있는 거 한번 먹으러 가자. 운제 갈래?"
라던 말이 조금 다른 듯했던 찰나를 또렷이 기억한다.
"다음에 이서방하고 같이 갑시다. 돈도 아끼고"
"에미한테 맛있는 밥 한 그릇 사는 것도 아끼야 할 살림이가?"
라며 서운함을 전하던 엄마 마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빠듯하게 사는 딸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가 싶어 딸은 미안함과 부끄러움과 속상한 마음이 같이 뒤섞이는 순간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밥 한 그릇도 제대로 사지 못한 딸로 부끄럽게 남고 말았다.
오늘 효리와 전기순 모녀 여행은 그들의 시간을 넘어 시청자들의 모녀로 대리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효리가 되고 79세 전기순이 엄마 이종임이 되는 시간이고 여행이었다.
화면 속 두 모녀가 나누는 쭈꾸미볶음도, 콩국수와 파전도 대리 만족이 되는 듯하면서도 부러웠다. 맨날 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차리기만 하는 사람으로만 살았지, 차려주는 음식, 대접받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더우기 딸이 엄마한테 직접 해드린 음식이 적어 못내 서운하고, 부끄러워 아린 가슴을 쓸어내린다. 엄마가 그 어디서든 함께 보고 마음으로라도 위로가 되길, 이땅의 모든 모녀가 효리 모녀 같은 여행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