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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Where is home for you?

나의 음악 취향은 정말 시대와 나라와 언어를 넘나드는 소위 말하는 eclectic 한데,

그래서 나의 변화무쌍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항상 꼭 거기에 맞는 음악이 있다.


롱 위켄드의 마지막 날,

집에서 또 한 주를 준비하면서 오늘 내가 듣는 음악은 여신 같은 분위기의 Nora En Pure 양의 곡 중 하나인,

Homebound.

https://www.youtube.com/watch?v=dW78FAAXRiQ


나는 만 15세에 집을 떠나서 지금까지 여러 개의 도시에서 살아 보았는데, 그 도시들은 서로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다른 곳들이다. 거기다 프로페셔널하게 이력 써도 될 만큼 여행도 많이 다녀서, 나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느낌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아니, 토착민의 소속감을 가지고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흔히 대화의 첫 문을 여는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뭔가 대답하기가 좀 애매하다. 얼마 전에 우리 체어와 한 대화에서도

"Where is home for you? (고향은 어디니?)"

라는 질문을 받고 별생각 없이

"Home is where I am "( 제가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이죠 뭐)이라고 대답한 이래,

찬찬히 나의 고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고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가족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은 것이 익숙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Invictus의 유명한 구절인,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를 온몸으로 사는 것인데,

말이야 멋있지 실제로 그렇게 사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다.


고 3 수능 날, 시험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패닉 어택이 와 수능 말아먹고 공부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내 인생의 정체성이 산산조각이 났던 그날도,

본과 4학년 때 집에서 새벽 5시에 나가다 졸려서 아파트 계단에서 발 헛디뎌 굴러 떨어진 후 복도에서 고통에 뒹굴며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하던 그날도,

미국 온 첫 주, 처음 하는 운전에 고속도로 질주하다 차가 훽 돌면서 도랑으로 빠지며 이러다가 나 죽는 건가 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시동이 안 걸리는 차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운전해서 집까지 무사히 몰고 오던 그날도,

직장에서 있었던 너무나도 어이없던 일을 부모님은 아시면 걱정하실까 다른 사람한테 말했더니 너무 세상 물정 모르는 것 아니냐고 원래 세상 다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살라고 하던 그날도.


이럴 때의 힘들었던 내 마음을 참 잘 표현한 노래가 있는데,

귀를 기울이면 의 주제곡 컨트리 로드.


https://www.youtube.com/watch?v=FmTXazM202U&ab_channel=SpaceHarrier

바이올린 장인이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세이지는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훔쳤을까...?

가사 번역은 여기에... :)

https://www.lyrics.co.kr/?p=124854



이렇게 말하면 고아처럼 나 홀로 세상을 살아온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당장 급한 불은 끄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아같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의 가족이 되어주신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 감사, 또 감사.


고향은 어디인지, 가족들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서 학교를 나오고 어디서 일을 한 사람인지.

인간의 심리가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로 레이블링 하려는 것이 본능인지라 그 마음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종종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 문장으로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레이블들을 꽤 갖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런 것들을 설명하는 것들이 조금 부담스러워 그냥 가만히 있던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어색한 느낌을 떨쳐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내 목소리를 내어볼까 한다.


Home is where I belong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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