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제가 여기 이 물건 제 온라인 스토어에서 팔아보고 싶어요. 잘 팔릴 수 있도록 많이 도와드릴게요.”
마치 한걸음 멀리 떨어져 거리를 두며 나를 관찰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화답의 의미로 보이는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다.
대박칠일만 남았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물론 집콕놀이 아이템으로 스토어 오픈 1년 만에 거둔 쾌거의 성과였지만 아직 역부족이었다. 온라인의 다양한 경쟁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집콕놀이 아이템도 거의 포화상태를 이루던 찰나였다. 집에서 아이들이 놀만한 아이템 같은 비슷한 품목으로 올려보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었다.
누가 그러더라 온라인몰의 생태 또한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한 트렌드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에 걸맞게 따라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매일 상품을 한 개씩 올리기를 계속 반복해야 했던 걸까?
잠깐의 작은 성공에 취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덧 하루에 나가는 택배수도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택배가 하루에 15개 이상 나가던 때는 아무 걱정도 없었는데 택배가 몇 건 안 되는데 이거 때문에 오셔야 하니 택배 아저씨께 도리어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정말 최고의 판매고를 올리는 셀러가 되는 길은 가시밭길이었다.그렇지 성공이란 게 한 손에 거머쥘 수 있는 크기의 무엇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와 유치원을 떠난 적막한 집에서 주야장천 혼자 있으니 하루종일 말할 사람도 없어서 활기도 없어졌다.
그러던 중 우리 집 근처에 공방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이 남편의 지인의 지인이라고 했다. 일단 공방으로 가보자.
혹시 공방을 비우실 수 있으니 전화로 약속을 잡고 가기 전 빵집에 들러 먹음직스러운 롤케이크를 사서 공방으로 향했다.
두근두근. 나의 첫 영업이었다. 공방에는 크고 작은 기계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차있었다.긴장감이 나를 엄습해 왔지만 아무렇지 않고 태연한 듯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쇼핑몰 운영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렇게 묻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열정에 충만히 차올랐던 나는 긴장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제 1년 조금 넘었기는 하지만 제가 직접 사진도 찍고 올리고 해서 한번 팔아보고 싶어요."
한참을 생각해 보는 말투로 말씀하셨다.
"안 그래도 공방에서 아름아름 아는 사람들한테만 팔았었는데 다른 경로의 판로가 필요한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일단 본인이 어떤 나무의 원목을 사용해서 만든 건지 공부도 필요할 것 같네요. 일단 알겠어요. 온라인으로 나가는 거라 나도 좀 더 규격화시켜야 될 것 같은데 일단 먼저 칼블럭부터 한번 해봅시다."
그녀의 냉랭해 보이는 표정과는 사뭇 다른 말에 겉으로는 안온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내 심장은 널뛰기를 하듯 요동치고 있었다.
이 공방의 칼블럭은 우리가 주방에서 흔히 쓰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원목이라 묵직하고 주방에 놔두기만 해도 기품이 느껴졌다. 미친 즉각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나는 원목 칼블럭과 어울릴만한 소품을 검색 또 검색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주문완료를 마치고서는 가지고 칼블럭에 쓰인 원목들의 특징에 대해 뒤지기 시작했다. 깨알같이 공책에 메모를 하고는 상세페이지에 올릴만한 문구를 끄적였다. 경쟁사를 뒤져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문구도 따고 온갖 신경이 칼블럭에 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