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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복이 Jul 06. 2023

ChatGpt가 시험장에 나타났다

가르치고 동시에 통제하는

고작 4일이지만 시험 기간 동안에는 크고작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렇게 강조를 해도)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최하점 처리되는 경우는 늘 한두 건 발생한다. 오타가 뒤늦게 발견되거나 문제의 문제점이 발견되어서 급히 시험보는 중간에 공지하는 일도 꼭 있다. 시험이 다 끝난 후 발견된 오류는 복수 정답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 경우 그 항목만 재시험 보는 것이 타당해서 우리 학교도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컨닝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15년 정도 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컨닝이 적발된 것은 딱 두세 번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컨닝이 적발되었다. 그것도 chatgpt 를 활용한 컨닝이어서 모두가 놀랐다.

상황은 이렇다. 핸드폰을 제출한 그 학생이 공폰을 가지고 와서 책상 속에 감춰 두고 감독 교사 몰래 모르는 내용을 chatgpt에게 물어보며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보지도 않고 질문을 치다니!) 자꾸 손이 책상 속에 들어가는 것을 의심한 감독교사에게 그 장면이 적발되었으며 핸드폰에 질문 내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학생 본인도 인정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chatgpt는 무척 뜨겁다. 숙제를 chatgpt에 의존해서 제출한다는 우려가 떠돌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아주 많이 열린다. AI 시대를 맞이하며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교육 현장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주로 고민한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핵심은 바로 질문하기이다. 결국 질문을 잘할 줄 알아야 chatgpt를 활용할 수 있으니 질문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아직 한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영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척 훌륭하다.

그 chatgpt 가 컨닝에 활용되었으니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 때나 쓰던 금속탐지기를 학교 시험에서도 사용하기로 했다.(다음 시험부터) 보통 자기 과목 시험 때 복도 감독을 하기 때문에 학생의 질문을 받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데 복도 감독이 상주하도록 감독표를 짜기로 했다(다음 시험부터). 화장실도 금속탐지기로 점검하고 화장실도 교사들이 지정해주자는 의견이다. 그 정도 하면 아이들도 경각심이 생겨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는 아이패드와 거의 한몸같다. 유튜브가 이 아이의 선생이고 친구다. 그런데 검색을 음성인식으로 한다. 티비도 리모콘으로 켜지 않는다. “**야, 티비 켜줘” 하는 세대다. 가끔은 잘 입력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도, 나 같으면 손가락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싶은데도 꿋꿋하게 말로 한다.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집 전화도 귀해서 우리집으로 마을 노인들이 전화를 받으러 오던 그런 세대다. 그런 내가 오늘 오후 메타버스 ZEP(가상 세계에서 아이들과 아바타로 만나는) 에서 퀴즈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왔다. 이제 앞으로 또 무엇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내가 만나는 무엇이 무엇이든간에, 나는 또 한편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느냐를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통제하냐를 고민하는 위치일 수밖에 없다. 어제 만난 컨닝장의 chatgpt는 그 위치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만들었다.

일단 나는, 우리 아이의 아이패드를 잠시 끄게 했다. 어제 읽던 원피스 만화 72권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게 내 진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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