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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1. 2020
얼마나 잘 소비하고 계세요
우리 일상 속 소비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다양한 형태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비하며 살아간다.
'~을 소비하다'란 말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상황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 소비란 과연 무엇일까. 소비(消費)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소비(消費)
1. 돈이나 물자,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앰. 2.(경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소모하는 일. 본래적 소비와 생산적 소비가 있다.
소비는 물질적이든 물질적인 것이 아니든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전적 정의 말고 나에게 있어 소비란 어떤 의미일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소비의 범주 중, 내 삶에는 어떤 소비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을까. 크게 세 가지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돈, 시간 그리고 에너지이다.
1. 돈(Money)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 존재이다. 돈으로 모든 일상생활이 유지되며 삶의 질 또한 결정된다. 우리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서 본격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대학생 1학년 때부터 졸업하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예술대학의 특성상 비싼 재료비를 감당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는 내 대학생활의 숙명이었다. 아르바이트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으나 그럼에도 늘 부족하고 모자랐다. 학생 때 벌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었고,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 분수에 맞지 않는 큰 욕심은 내지 않았던 것 같다. 식사나 교통비 정도의 지출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씀씀이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의 한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최저시급을 벌던 때와는 달리, 월급이라는 명분으로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일정한 돈이 들어오게 되었다.
직장을 가지고 일정한 수입이 생기게 되면서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번 돈으로 나를 먹여 살리는 일이 나를 진짜 어른으로 느끼게 했다. 살아가는 모든 제반 비용들을 나 스스로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벌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용돈 정도에서 내 삶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소득이 늘어나면서 내 소비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 누려보자는 마음에 꽤 큰돈도 망설임 없이 쓰게 되었다. 아직은 돈 좀 써 봐도 될 나이 아닐까 스스로 합리화하고, 쓰고 싶은 대로 별 고민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땐 수중에 돈이 없었고, 이렇게 하다간 평생 내 수중에 돈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한도 끝도 없이 쓰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것이다. 이제 돈 소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2. 시간(Time)
시간은 유일무이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가 유일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어렸을 때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도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시간으로 많은 것을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산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정부를 고용한다든지, 자신의 사사로운 일을 대행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번 시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간을 사용한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소비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관리하고 있을까. 삶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우리는 시간을 잘 소비해야 한다. 쓸 데 없는 일을 하는데 비중을 줄이고,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나는 내 시간을 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스스로 성장하는데 쓰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회사생활에 지쳐 주말 내내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늘어지는 시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허비하고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충전의 시간이고 내 다음을 더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생활로 만들어주는 가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 시간으로 비로소 나는 좀 더 활기차고 열심히 하게 될 힘과 원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들이 쌓이면서 더 나은 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