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웨이, 이토록 현실적인 판타지란
네 명의 선남선녀들이 파릇파릇하지만 남루한 청춘시기를 통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완벽한 판타지다. 판타지는 현실에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의 가장 간절한 소망을 반영한다. 이 드라마 속에 반영된 이 시대의 청춘들이 원하는 세 가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친구
네 주인공들은 충청도 시골에서 함께 나고 자라 서울에서도 한 동네 같은 빌라에 사는 순도 100% 동네 친구들이다. 동만, 애라, 설희, 주만 네 친구들은 외로운 서울에서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다. 함께 아침을 차려먹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빌라 옥상 남일바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각자의 삶에 대해 별다른 주석을 달지 않아도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들의 존재는, 눈치와 평가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험난한 사회생활 속에서 숨쉴 공간이 필요한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2.꿈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세상에 남는 반짝이는 꿈 하나 품고 살아야 한다고 세상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은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인정하는 스펙을 갖추지 못한 젊음들에게는 그저 반짝이는 꿈 따위는 사치같이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애라는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경쟁자들이 학위 따고 스펙쌓는 동안 생계를 위해 돈을 벌었다. 돈을 벌다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들은 비어버린 이력서 공란들로 남았고 면접에 갈 때마다 열정은 이력서 안의 글자들로 증명하는 거라며 발언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매번 반복되는 상처에 지친 애라는 더 이상 들러리는 되지 않겠다며 아나운서의 꿈은 포기하고 백화점 인포데스크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이들의 모습에서 꿈은 사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라며 자조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본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애라와 동만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결국 꿈을 택한다. 직장도 돈도 없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사고 쳐야 청춘이라며 발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3.어른
이 드라마에서는 네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는 다양한 모습의 어른들이 나온다. 꿈을 향해 폭주하려는 동만에게 계속 제동을 거는 체육관 사범님, 무뚝뚝하고 만나기만 하면 소리부터 지르는 동만 아버지, 빌라 내 혼숙은 금지라며 쓸데없이 과하게 참견한다 싶은 집주인 이 세 명의 어른들은 흔히 비난 받는 꼰대의 모습과는 다르다. 앞에서는 툭툭 마음상하는 소리를 하는 듯 하지만 사범님은 사실 동만보다 동만의 꿈을 더 간절히 이뤄주고 싶어한다. 동만의 아빠는 동만이 격투기를 시작했다고 고백하자 너 하고 싶은 대로 훨훨 날아보라며 무심한 듯 응원을 건네고, 집주인은 백화점 VVIP 자격을 이용해 갑질 당하고 온 애라를 대신해서 복수해준다.
29살은 정말 애매한 나이다. 대학생들에 비하면 어른이고 사회에 나오면 초년생이다. 뭐든 다 할 수 있다 생각하던 오만한 자신감은 사회에 나오자마자 바스러진다. 매일 내가 지금껏 쌓아왔던 것들에 대한 부질없음을 마주해야 하고 혼나고 깨지는 것이 일상이다. 어릴 때 였다면 못하겠다고 땡깡이라도 피겠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다. 내가 짊어져야 할 몫들에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하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이럴 때면 누군가 나서서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모를 수도 있으니 너무 조급해 말라고 토닥여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겉만 어른이고 여전히 미숙한 청춘들을 감싸주는 이 드라마 속의 어른들의 모습은 청춘들이 바라는 간절한 판타지다.
이 시대 청춘들이 가장 원하는 판타지들을 공감가게 짚어낸 쌈마이웨이는 호평 속에 결말을 맞이했다. 다소 급한 마무리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고단한 현실을 지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팍팍한 현실 속 단비 같은 스토리를 선물했다. 가끔 삶에 지쳐 청량한 청춘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고 싶을 때 다시금 꺼내볼 드라마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