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눕힐 때 우린 세웠을까?

<레미레미 진심일기 9편>

by 제레미

적어도 우리가 이 길을 낼 때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이런 형태의 제품은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짜먹는 땅콩버터의 시작은 우리 브랜드, 레미레미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 더 먼저 시작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가 본 풍경에선 그랬다.)


우리가 길을 트고 나니 이제는 비슷한 제품들이 꽤 많이 보인다. 그런데 신기한 건, 뒤따라오는 브랜드들은 대개 만들기 편한 '스틱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굳이 어려운 길을 돌아 '세워지는 파우치'를 고집한 이유를 오늘 기록해두려 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f4ogphf4ogphf4og.png


✂️ 밤마다 가위질하던 초보 사업가 둘


처음 패키지를 디자인할 때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였다. 패키지 공장에서는 샘플조차 만들어주지 않았고, 한 번 찍을 때 무려 15만 개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실패하면 수백만 원의 자금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초보 사업가에게 실패는 곧 끝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가내수공업'뿐이었다. 쿠팡에서 파는 온갖 짜먹는 제형의 제품들을 싹 쓸어 모았다. 꿀, 잼, 젤리 등 20~30g 사이의 제품은 다 사서 우리 땅콩버터를 직접 옮겨 담아봤다. 0.01g 단위 저울로 무게를 재고, 가위로 패키지를 오리고, 테이프로 붙여가며 우리만의 규격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Gemini_Generated_Image_9pbgj9pbgj9pbgj9.png

� 32g은 너무 많고, 25g이 딱이다


외국 브랜드들은 보통 한 팩에 32g을 담는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니 한국인이 식빵 한 장에 발라 먹기엔 양이 너무 과했다. 억지로 다 먹지 않아도 되는, 하지만 부족해서 서운하지도 않은 '적정량'을 찾아야 했다.


수십 번의 테스트 끝에 찾아낸 25g은 당신의 기분 좋은 배부름을 위한 우리의 배려다. 이 숫자 하나를 정하기 위해 아내와 밤늦게까지 샌드위치를 만들며 고민하던 시간들이 지금의 레미레미를 만들었다.


IMG_2028.jpg

� 왜 굳이 '스탠딩'이었을까?


후발 주자들이 선택한 스틱형은 만들기는 쉽지만, 먹다 잠시 내려놓으면 내용물이 흘러나와 식탁이 지저분해지기 쉽다. 우리는 그 사소한 찝찝함조차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도 식탁 위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땅콩버터. 이 깔끔한 아침을 선물하고 싶어서, 우리나라에서 우리만 쓸 수 있게 디자인 출원까지 마쳤다. 눕혀진 것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서 있는 레미레미의 모양은 오직 우리만이 가진 고집의 상징이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것이라고 했다.


레미레미를 선택한 당신은 단순히 땅콩버터를 사는 게 아니다. 0.01g의 디테일을 알아보고, 남들이 효율을 따질 때 본질적인 편리함을 따진 우리의 진심을 선택한 것이다. 유행을 쫓는 사람과 가치의 차이를 알아보는 사람의 차이, 그 '안목'이 바로 레미레미가 전하고 싶은 진짜 스토리다.


내일 아침, 당신의 식탁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서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땅콩버터 3대 억까 파헤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