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버터 다이어트? 브랜드 대표의 소신발언

<레미레미 요즘일기>

by 제레미

밤늦게 책상에 앉아 DM을 확인하다 보면 늘 같은 질문이 눈에 띈다.


"이거 먹으면 살 빠지나요?"


땅콩버터를 판매하는 브랜드의 입장으로서 참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럼요, 무조건 빠집니다"라고 시원하게 답하고 판매를 유도하고 싶지만, 내 안의 90% T 자아가 자꾸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이용해 매출을 올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차갑고 재미없는 결론을 내린다.


"아니요. 땅콩버터를 먹는다고 마법처럼 살이 빠지진 않습니다."


냉정하지만 이게 팩트다. 다이어트는 결국 '총량의 법칙'을 따른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살은 찐다. 이건 물리적인 법칙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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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가 이 땅콩버터 사업에 인생을 걸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조금 바꿔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땅콩버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반반(50:50)이다.


도움이 되는 50%의 근거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연구를 포함한 수많은 데이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땅콩버터는 제대로만 활용하면 식단 관리의 아주 강력한 무기다. 당분이 거의 없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이 요동치는 것을 방지한다. 무엇보다 좋은 지방과 단백질이 주는 포만감은 지독한 ‘가짜 배고픔’을 차단하는 데 일등 공신이다. 여기까지는 과학적으로 명확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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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안 되는 50%의 함정

문제는 땅콩버터가 너무 맛있다는 거다. 통에 담긴 땅콩버터를 숟가락으로 생각 없이 퍼먹다 보면 어느새 하루 적정량을 훌쩍 넘긴다. "딱 한 입만 더"를 외치며 숟가락을 놓지 못하는 순간, 땅콩버터는 다이어트 도구가 아니라 그저 고칼로리 음식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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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레미가 '통' 제품을 만들지 않는 이유

우리 역시 땅콩버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잘 안다. 숟가락을 드는 순간, 인간의 의지력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결국 다이어트는 의지의 싸움이 아니라 '환경'의 싸움이다.


무의식적으로 퍼먹는 습관을 끊어내고, 딱 필요한 만큼만 먹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레미레미는 단가가 훨씬 높고 제조 공정이 까다롭더라도 '포 타입'만을 고집한다. 우리조차 숟가락 앞에서는 무력해지는데, 고객들에게 의지로 참으라고 말하는 건 기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에 딱 적당량(25g)만 먹고 기분 좋게 멈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브랜드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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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통으로 살 땐 조절이 안 됐는데, 이건 한 포씩 되어 있어서 딱 멈추게 된다"는 리뷰를 볼 때면 우리의 고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다이어트는 배고픔을 억지로 참는 고통이 아니라, 영양가 있는 즐거움을 적당히 누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과욕이 되지 않게 도와주는 것까지가 우리가 만든 브랜드의 역할이다. 오늘도 우리는 숟가락 대신 한 포의 포장지를 뜯으며, 우리의 환경이 조금 더 건강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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