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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Oct 05. 2016

남자가 인생을 망치는 방법

남자가 인생을 망치는 방법


내 서재에는 ‘여자가 인생을 망치는 열 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꽂혀있다.  분명 읽어보았으니 내 서재에 있을 테고 또 읽은 기억도 있지만 지금 딱히 생각나는 내용이 없는 것을 보니 그다지 나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내가 여자가 아니어서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살아오면서 아버지를 본의 아니게 지켜보게 되고 또 나의 인생 역시 겪다 보니 남자 역시 인생을 망치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남자의 인생이란 크게 사회생활과 가정생활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남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온통 사회생활이다.  얼마나 인정받고 언제 승진하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인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그러다 보니 가정생활은 늘 뒷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집에 오면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곳 정도로 가정을 생각한다.  또 본인이 가장이고 본인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가정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나도 사회생활을 해보면 정말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과 피곤함이 있다.  집에 와서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그냥 늘어지고 싶다. 또 이렇게 쉬어 주어야 다음 날 다시 시작되는 사회생활이라는 전쟁을 해 나갈 수가 있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남성들의 인생을 망치는 아니 더 정확히는 가정생활을 망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앞에서 언급한 이유보다는 가족들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특히 밖에서는 대인 관계가 부드럽고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지니고 있어서 신사라고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도 집에만 오면 갑자기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해서 모든 것을 인상 쓰고 짜증스럽게 대한다.  특히 말을 너무 무례하게 함부로 해서 아내나 아이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곤 한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와 이야기할 때 점잖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대화 중 집에서 전화가 와서 통화할 때는 얼굴 표정과 말투가 바뀌는 경우를 흔히 본다.  요즘 젊은 가장의 경우는 이렇게 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내 세대나 특히 우리 아버지 세대는 거의 전부가 이런 길을 걸었을 것이다.


우리의 기분은 우리가 말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기분이 좋을 때도 몇 번에 걸쳐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 거짓말같이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좋은 말을 하면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회복이 된다.  그래서 밖에서는 그럭저럭 컨디션을 유지하다가도 집에만 오면 본인이 무례하게 가족에게 내뱉은 말로 무언가 더욱 짜증이 나고 기분이 더욱 가라앉게 되고 그런 이유로 또 집의 식구들에게 짜증을 내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결국 집에 와서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도 가족들에게 공손하고 정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또 아내나 아이들 특히 어린아이들은 감성이 풍부해서 가장의 말하는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퉁명스럽거나 짜증을 내면서 말하면 아내는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에 큰 상처로 남게 되고 아이들은 아빠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피하게 되는데 이것이 쌓이다 보면 사춘기 때 아빠에게 폭발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전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밖에서 하던 대로 굽신거리고 아내에게도 꼭 존댓말을 쓰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함부로 대하지 말고 밖에서 하던 대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면서 또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이야기하면 된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감성이 잘 발달되어 있는 여성인 아내는 금방 이런 마음을 이해하고 무언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오는 말도 당연히 부드럽고…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에 들어오면 모든 가족들이 환영하게 된다. 

 

성경에서는 이 부분을 가족을 섬기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섬긴다고 하면 밑의 사람이 윗사람을 섬긴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거지가 백성을 섬기지는 않는다.  백성을 섬기는 사람은 왕이요 제사장이다.  가장인 남성들도 가족의 구성원들을 섬기기 시작하면 굳건한(?) 가장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섬기는 것의 기본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모든 가족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너무나 충분하다.  

이렇게 하면 가장이 집에 들어오면 가족끼리 웃음꽃을 피우다가도 각자 방으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방에 있던 가족들이 다 나와 모여서 가장을 반기는 기적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가족이 무시당하지 않고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형성한 인맥은 은퇴와 동시에 거의 사라지는 것인데 반하여 가족은 죽을 때까지 아니 사후에도 후손들에 의해서 계속 이어지는 인연이라는 것을 안다면 어느 곳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유한한 사회생활의 인맥에게는 잘하고 무한한 가정생활의 인맥에게는 함부로 한다면  남자가 인생을 망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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