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별을 바라보며

by 지금은

여름밤, 마을 앞 들녘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는 수많은 작은 빛들이 깜박이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녁밥을 마치고 마루에 나와 앉아, 시원한 바람에 발을 흔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천 위에 수놓은 듯한 은하수는 강처럼 흘러 별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이는 저 별 하나가 나를 닮았고, 또 다른 별 하나는 네가 닮았다고 속삭였다. 두 별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밤하늘의 강물 속에서 서로 반짝이며 손을 흔드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닮아 있었다.

할머니는 아이 곁에 앉아 은하수를 가리키며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 강 건너 맞은편에 보이는 두 별이 견우와 직녀란다. 원래는 사이좋은 부부였지. 하지만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일만 잊어버리자, 옥황상제가 노하여 두 사람을 은하수 양쪽으로 갈라놓았단다. 그래서 해마다 칠월칠석, 까마귀와 까치가 날아와 다리를 놓아 줄 때에야 겨우 만나지.”

아이의 눈은 커졌다. 밤하늘 위로 흐르는 은하수가 정말 두 사람을 가로막는 강처럼 보였다. 아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별들이 만날 수 있다면, 나와 네 마음도 언젠가 꼭 닿을 거야.”

밤이 깊어지자, 아이는 봉숭아 꽃잎을 따다가 손톱에 곱게 올려놓았다. 엄마가 준비해 둔 백반과 함께 곱게 싸매면 며칠 뒤 선명한 물이 든다고 했다. 봉숭아 물이 든 손톱을 달빛 아래 내밀며 아이는 소원을 빌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달은 잠자코 웃으며 아이의 손톱에 내려앉은 꽃빛을 더 고와 보이게 했다.

뒤뜰에서는 아버지가 모깃불을 피우고 있었다. 연기가 피어올라 초승달을 가만히 스치듯 흐르며, 모깃불 냄새는 여름밤의 정취를 더 짙게 만들었다. 불빛이 어른거리는 마당 한편에는 호박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꽃잎은 마치 달빛을 담은 작은 그릇 같았고, 그 속에서는 별빛마저 고요히 머무는 듯 보였다. 아이는 호박꽃을 향해 손짓하며 속삭였다.

"너도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과 별, 그리고 꽃이 함께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빛을 나누는 듯했다.

들판에서는 개똥벌레가 이리저리 빛을 흘리며 날아다녔다. 아이는 그 작은 불빛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은하수 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반딧불은 별빛을 품은 작은 생명들이었다. 그들이 흩뿌리는 빛은 아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꿈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잠시 뒤, 부엌에서는 커다란 솥에서 옥수수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껑 사이로 김이 피어오르며 달콤한 향이 퍼졌다. 아이는 기다리지 못하고 뜨거운 옥수수 하나를 받아 들었다. 노란 알갱이가 가지런히 박힌 옥수수는 별빛처럼 반짝였다.

“앗, 뜨거워!” 하며 입김을 불어가며 한입 베어 물자,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아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맛이 별빛 맛일까?”

별빛과 모깃불, 달빛과 옥수수의 향이 뒤섞인 여름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아이는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오늘의 옥수수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기억이 되고 싶다고.

그날 밤, 아이는 하늘 가득한 별들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 저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은하수의 강물처럼 많은 별 속에 묻히더라도, 한 줄기 빛으로 누군가의 길을 밝혀주는 작은 별이 되고 싶었다.

별 하나, 나 하나. 단순한 말이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이야기와 꿈이 담겨 있었다. 아이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손끝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고, 은하수는 길이 되어 아이를 부르는 듯했다.

그 순간 아이는 깨달았다. 우리가 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별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선 속에 담긴 따스함이야말로 우리가 매일을 살아갈 힘이라는 것을.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모깃불이 꺼지고, 개똥벌레가 사라졌지만, 아이의 마음속 하늘에는 여전히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빛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내일을 밝혀주고 있었다.



이전 04화4. 버스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