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규칙의 별

by 지금은

우리가 시간을 붙잡으려는 별을 떠난 뒤, 우주는 다시금 고요해졌다. 배는 은빛 항로를 따라 나아갔고, 멀리서부터 작은 빛의 점 하나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다가갈수록 그 별의 모습이 또렷해졌다. 특이하게도 그 별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연했다. 숲은 똑같은 간격으로 뻗어 있었고, 강물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내렸으며, 집들은 모두 같은 모양과 색으로 줄지어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자를 대고 그려낸 것처럼 보였다.

별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탑이 서 있었고, 그 꼭대기에는 깃발이 펄럭였다. 그 깃발에는 ‘규칙’이라는 단어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별의 주민이 차례차례 서 있었다.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우리는 호기심에 줄의 끝자락을 따라 걸어갔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단정한 제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다. 눈빛은 냉정했으며, 걸음은 규칙적인 박자에 맞춘 듯 일정했다. 자신을 ‘규칙 지킴이’라고 소개했다.

“여긴 모든 것이 규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길로 걸으며, 정해진 말만 합니다. 이렇게 하면 혼란이 없고, 모두가 안전하지요.”

마치 자랑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의 책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조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기록되어 있다.

아이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쳤다. 주민들이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똑같았고, 목소리는 마치 기계음처럼 단조로웠다. 누군가 웃는 법을 잊은 듯했고, 또 누군가는 울고 싶어도 허락받지 못한 듯 보였다.

아이의 목소리가 별의 정적을 깨뜨렸다.

“왜 모두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저마다 다르게 웃고, 다르게 울어도 괜찮잖아요.”

규칙 지킴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이를 노려보았다.

“그건 혼란을 부르지. 다름은 다툼을 만들고, 다툼은 불행을 낳아. 우리는 오직 규칙 안에서만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그의 말은 단호했고,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깊은 연못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평화가 웃음을 잃어버린 거라면, 그건 진짜 평화일까요?”

순간, 공기 속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번졌다. 줄을 서 있던 주민들조차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마치 금지된 말을 들은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마음속이 서늘해졌다. 규칙이 주는 안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안정이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있었다. 다양성이 사라진 세상, 웃음과 눈물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 그것이 과연 안전이라 할 수 있을까?

아이의 한마디가 내 안에서 오래 울렸다.

“다름이 있어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규칙 지킴이는 대꾸하지 못했다. 잠시 눈을 내리깔았지만, 곧 다시 책을 끌어안고 뒤돌아섰다. 그 순간, 줄에 서 있던 몇몇 주민들의 입가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억눌린 웃음이, 꾹 참아온 눈물이, 어쩌면 작은 자유가 그들 안에서 깨어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그 별을 떠날 준비를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깃발은 여전히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 아래 사람들의 눈빛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전 04화4. 욕망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