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갇힌 별, 시간을 붙잡는 별, 그리고 규칙의 별을 지나자, 우리 배는 다시 깊은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멀리서부터 눈 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현란했고, 가까이 갈수록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했다.
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숨을 삼켰다. 별의 땅 위에는 금빛과 은빛으로 뒤덮인 궁전들이 즐비했다. 하늘에는 보석들이 별처럼 매달려 있었고, 거리는 각양각색의 보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는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람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기쁨이 아니라 갈망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왕좌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화려한 옷을 걸친 인물이 앉아 있었다. 그는 왕관 대신 커다란 보석을 이마에 붙이고 있으며, 손에는 끝없이 늘어나는 사슬처럼 보이는 금고 열쇠를 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욕망의 왕’이라 소개했다.
왕은 손짓으로 신하들을 부르더니, 금은보화를 쏟아내듯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은 보물을 손에 쥐자 환호했지만, 동시에 서로의 것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였다. 웃음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별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왕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더 가지려는 사람이여, 더 큰 욕망을 품어라! 만족은 멈춤을 부르지만, 욕망은 영원한 힘을 준다!”
아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그곳의 주민들을 바라보다가 낮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은 원하는 걸 얻었는데, 왜 더 슬퍼 보일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내 눈에도 그들이 보였다. 손에 금을 가득 쥐었으면서도 허기진 눈빛을 한 사람들, 보석을 껴안고서도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다. 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 움켜쥐려 했고, 그럴수록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아이의 발걸음이 왕 앞에 멈췄다.
“욕망이 있으면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끝없이 더 원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왕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졌다. 이로구나. 세상은 원하는 자의 것이야. 만족은 패배자의 몫이지. 나는 모든 걸 가진 자, 모든 걸 지배하는 자다!”
그는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보석으로 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광장의 보물들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날리며 눈 부신 빛을 냈다. 사람들은 그 빛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은 모래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남은 것은 빈손, 그리고 더 커진 허기뿐이었다.
아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작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하는 걸 다 가져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가진 게 아닌 거예요.”
그 말은 조용했지만, 별의 공허한 광장을 울리는 메아리처럼 퍼졌다. 주민 중 몇몇은 움켜쥔 보물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놓아버렸다. 그것은 땅에 떨어져 빛을 잃고, 그냥 돌멩이처럼 변해버렸다. 왕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왕좌는 점점 금빛을 잃어갔고, 그의 왕관은 갈라져 모래처럼 흩어졌다.
우리는 그 별을 떠나며 뒤돌아보았다. 화려했던 궁전은 빛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욕망의 빛은 사라졌어도, 어쩌면 진짜 눈빛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