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의 별을 떠난 뒤, 한동안 우주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 묘한 쓸쓸함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멀리 작은 불빛이 보였는데, 그 별은 외로움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차갑게 얼어붙은 호수처럼 고요했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별 위에 발을 딛자,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꽃도, 새도, 웃음도 없었다. 오직 텅 빈 광장만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광장의 한가운데, 커다란 탑이 서 있었고, 그 꼭대기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홀로 별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이와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했지만, 탑 위의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마침내 낮게 말했다.
“나는 고독을 지키는 자다. 이 별에는 오직 나 혼자뿐이다. 누구도 내 곁에 머물 수 없지.”
목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쳤다. 그 메아리조차 쓸쓸하게 사라졌다.
아이의 눈이 슬픔으로 흔들렸다.
“왜 혼자만 계세요? 함께하는 게 더 따뜻할 텐데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사람들을 잃었다. 믿었던 이들이 떠나고, 사랑했던 이들이 사라졌지. 남은 건 고독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혼자 남기로 했다. 함께 있으면 언젠가 또 상처받으니까.”
나는 그의 말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누구든 상실을 겪으면 홀로 남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는 곧장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혼자는 안전할지 몰라요. 하지만 그 안전함 속에서는 자라지 못해요. 상처가 아프다고 피하면, 따뜻함도 함께 잃어버리게 돼요.”
그의 얼굴이 잠시 일렁였다. 마치 오래된 그림자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렇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용기가 없다.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은, 다시 잃을 두려움을 안는 일이니까.”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내 손을 잡더니 탑의 아래에서 작은 노래를 흘러내듯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단순한 곡조였지만, 안에는 따스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고독의 별은 노래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살짝 불며 광장을 스쳐 갔고, 텅 빈 곳에 작은 울림이 생겼다. 탑 위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노래라니, 나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 속에 있었구나. 잊고 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걸.”
아이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이어졌다.
“혼자 있는 건 때로 필요하지만, 영원히 혼자가 되어서는 안 돼요. 고독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사랑과 만남은 우리를 살아있게 해요.”
탑 위의 남자는 한동안 망설였지만, 마침내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발걸음이 광장에 닿는 순간, 별은 미세하게 흔들리며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회색이던 하늘에 옅은 푸른빛이 번졌고, 공기 속에 잔잔한 바람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 앞에 서서 나직하게 말했다.
“고독은 나를 지켜줬다. 하지만 이제, 다시 용기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아이의 미소는 따뜻했다.
“네. 고독은 쉼표일 뿐이에요. 하지만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해요.”
우리가 별을 떠날 때, 광장은 더 이상 텅 비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먼 곳에서 작은 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독의 별은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완벽하게 고립된 별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