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동그란 별

by 지금은

배는 다시 은빛 바다를 건너갔습니다.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별빛은 물 위에 고요하게 흔들리며 두 사람의 길을 안내했습니다.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별은 멀리서부터 눈부신 색깔로 반짝이는 듯 보였습니다. 수많은 꽃이 별 전체를 덮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장밋빛, 노란빛, 하얀빛의 꽃들이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에게 말을 걸듯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과 달리, 별은 기묘한 고요에 잠겨 있었다. 사람들은 분명 이곳저곳에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어떤 따뜻한 말소리도, 웃음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재촉하거나, 멀리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이상한 느낌에 아이에게 속삭였다.

“이 별은 너무 아름다운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마치 서로를 피하는 것 같아.”

아이는 잠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저 사람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 마음을 꺼내는 걸 두려워하는 거야. 상처받을까 봐, 거절당할까 봐,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숨어 있는 거지.”

그때 길가에 한 소녀가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막 피어난 듯 싱그러운 꽃이 들려 있었지만, 한참이나 망설이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하늘만 올려다볼 뿐 소녀의 존재조차 모르는 듯했습니다. 소녀는 꽃을 소년에게 건네고 싶어 했지만, 결국 손끝이 떨리며 꽃을 내려놓고 돌아서려 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음은 분명 있는데, 말하지 못하니 서로의 마음을 영영 알 수 없겠지.”

아이는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 지었다.

“사랑은 마음속에만 두면 시들어버려. 꽃이 피었을 때 향기를 나누지 않으면 금세 지고 말듯이, 사랑도 나누어야 살아나. 용기 없이는 그 어떤 꽃도 세상에 빛을 줄 수 없어.”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소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네 손에 있는 꽃, 그건 너의 마음이지? 왜 전하지 않니?”

소녀는 깜짝 놀라 여행자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그 아이가 싫어하면 어떡하죠? 내 마음을 외면하면, 난 얼마나 아프겠어요.”

소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떨었다.

나는 다시 소녀에게 말했다.

“네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거야. 그럼, 네가 주고 싶었던 따뜻함도, 네가 두려워했던 상처도 모두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꽃은 피었을 때 내밀어야 향기를 전할 수 있어.”

소녀는 눈을 감았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꽃을 들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이 꽃을 너에게 주고 싶어.”

소년은 놀란 듯 소녀를 바라보았고, 이내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나는 늘 하늘만 보며 누군가 내 옆에 있어 주길 바랐어. 네가 그 마음을 전해주니, 이제 내 하늘도 환해졌어.”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순간 별 전체가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사랑이 작은 불씨처럼 터져 나와, 곳곳에서 누군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오래전부터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말을 건넸고, 누군가는 가슴속에 묻어둔 고백을 내뱉었다. 별은 꽃과 더불어 수많은 마음의 빛으로 환해졌다.

나는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사랑은 참 놀라운 힘이 있구나. 말 한마디, 마음 하나가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니.”

아이는 여행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용기에서 시작돼. 두려움을 넘어 마음을 내밀 때, 꽃은 피어나고 별은 빛을 내는 거야.”

여행자의 가슴속에도 알 수 없는 따뜻한 불빛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앞으로 살아가며 꼭 간직해야 할, 소중한 깨달음 중 하나가 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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