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바다를 항해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위에서, 낮에는 태양의 눈 부신 빛을, 밤에는 하늘 가득 흩뿌려진 별빛을 길잡이 삼아 나갔다. 바다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진 친구 같다. 때로는 고요히 나를 안아 주었고, 때로는 예고 없이 거칠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 삶의 일부였다. 파도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바다와 대화하듯 항해했다.
그날도 처음에는 평온했다. 은빛 물결 위로 햇살이 반짝이며 춤추고 있었고, 멀리서 바람은 부드럽게 돛을 밀어주었다. 하지만 갑자기 하늘이 검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수평선 끝에서부터 몰려온 먹구름은 순식간에 하늘을 삼켰고, 바다는 깊은 분노를 드러내며 몸부림쳤다.
거대한 폭풍이었다. 파도는 괴물처럼 치솟아 배를 집어삼키려 했고, 번개는 창처럼 하늘을 찢으며 내리꽂았다. 공기는 매섭게 갈라졌고, 바람은 쇠사슬처럼 배와 함께 내 몸을 휘감으며 던져버리려 했다. 나는 간신히 키를 붙잡았다.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등대만, 등대만 보이면 된다.”
멀어 보이지만 다행히도 암흑 속에서 희미한 빛 하나가 흔들리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 등대의 불빛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빛을 향해 배를 몰았다. 하지만 파도의 벽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내 팔은 곧 떨어져 나갈 것처럼 떨렸다.
그때였다. 검은 파도 위에, 낯선 무언가가 떠올랐다. 처음엔 부서진 돛대나 난파된 배의 잔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사람의 모습에 가까웠다. 나는 숨을 멈췄다. 파도 위에, 분명히 한 아이가 서 있었다. 그는 물에 휩쓸리지도, 가라앉지도 않았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와도 그 발밑에서는 물결이 마치 그를 피해 가듯 조심스럽게 흘러갔다. 머리카락은 어두운 하늘 속에서도 별빛처럼 반짝이고, 눈은 밤하늘의 가장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눈을 의심하며 소리쳤다.
“거기, 어떻게 있는 거지? 너는 누구니?”
아이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폭풍 속에서도 목소리는 바람에 실린 노래처럼 고요히 내 귀로 다가왔다.
“저는 여행자예요. 별에서 왔죠. 당신처럼 길을 찾고 있답니다.”
그 순간, 놀랍게도 폭풍이 잠시 잦아들었다. 아이의 발밑에 몰아치던 파도가 조심스럽게 일렁이며, 그를 삼키지 못한 채 지켜주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키를 붙잡고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와 만남이 내 항해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 것임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