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숫자를 세는 별

by 지금은

거센 폭풍의 밤을 지나, 우리의 배는 긴 항해 끝에 어느 조용한 별에 닿았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그 별은 마치 황금빛 먼지가 흩뿌려진 듯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공기 중에는 수없이 반짝이는 숫자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땅 위에도 별빛처럼 흩어진 숫자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숫자들은 바람결에 흔들리며 서로 얽히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별 한가운데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반짝이는 계산기가 놓여 있었고, 무릎 위에는 두꺼운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연신 숫자를 적어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별빛 삼천이백오십칠 개……, 달빛 일흔둘……, 오늘 내가 한숨 쉰 횟수 마흔아홉…….”

그의 눈은 숫자들 속에서 헤엄치듯 움직였고, 손끝은 쉬지 않고 펜을 놀렸다. 마치 그가 계산을 멈추는 순간, 이 별이 곧 무너져 내릴 것처럼 집착하는 눈빛이다.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연필 끝을 장부 위에 바싹 눌러가며 낮게 대답했다.

“잠깐만, 지금은 계산이 중요합니다. 셈하지 않으면 이 별이 무너지고 말 거예요.”

순간, 내 옆에 있던 작은 여행자가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아이의 손은 놀랍도록 따뜻했고, 눈빛은 별빛처럼 맑았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저분은 늘 저렇게 숫자만 세고 있어요. 별빛이 몇 개인지, 숨결이 몇 번인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세지 못하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중요한 것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거니?”

아이의 눈이 잠시 하늘로 향했다. 별빛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잔잔히 흔들렸다.

“누군가의 웃음, 따뜻한 손길, 꽃이 피는 향기 같은 거예요. 그런 건 숫자로 셀 수 없지만, 가장 소중한 건 바로 그것들이에요.”

남자는 여전히 장부 속에서 허우적대며 펜을 굴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낮은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웃음을 기록할 수만 있다면, 나는 벌써 천 개쯤 적었을 거야. 하지만 웃음은 무게가 없으니, 가치도 없지.”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빛을 잃었다. 이내 깊은숨을 내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는 아직 모르시는군요. 성장한다는 건, 셀 수 없는 것을 마음에 품는 거예요.”

나는 그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내 삶에도 늘 수치와 계산이 따라붙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번의 성공, 몇 번의 실패, 몇 번의 후회,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순간들은 결코 숫자로 남겨지지 않았다.

별은 묘하게 반짝이면서도 텅 빈 느낌이었다. 눈앞 가득 별빛이 흘러내리는데, 어쩐지 마음속 어딘가가 공허했다. 마치 살아 있는 기운이 빠져나간 별 같았다.

아이의 작은 손이 공기 속으로 뻗어졌다. 흩날리는 별빛 숫자들을 움켜쥐듯 손바닥을 모았다. 손안에 모인 건 기록되지도, 장부에 남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따뜻하고 살아 있었다. 그 따스함이 내게도 전해졌다. 성장의 시작은,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을 잊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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