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을 쓸면

구름 모자

by 지금은

어젯밤부터 먹구름 속에 내리던 비는 오늘도 계속 물방울을 튀깁니다. 마당에 투덕투덕 튀기고, 서 있는 차의 지붕에도 통통 통통 튀깁니다. 옥상에도 콩닥콩닥 튀기며 흩어집니다. 하늘은 온통 회색 물감으로 덮여 있습니다.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하늘에는 뿌옇게 피어오르는 시골 굴뚝의 연기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구름이 흩어집니다. 바람이 갈대를 한 번씩 스쳐 갈 때마다 구름은 바람을 피해 요리조리 숨바꼭질을 할뿐 좀처럼 물러가지 않습니다. 하늘을 화가 났나 봅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리게 했습니다.

턱을 고이고 참고 있던 초초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에이 쓸어버려야지, 아이들의 마음을 영 몰라준단 말이야. 더구나 가을인데.’

초초 할아버지는 개집 옆으로 다가가 싸리비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쓸기 시작합니다.

‘사각사각.’

비질 소리에 맞춰서 자국이 나타납니다. 꼭 같습니다, 붓으로 파란 물감을 듬뿍 찍어서 흰 도화지에 칠할 때처럼 말입니다.

‘사각사각’ 소리가 들릴 때마다 하늘의 검은 구름이 쓸려갑니다. 남은 회색 구름도 동해 쪽으로 밀려갑니다. 하늘이 점점 파래집니다. 앞마당이 밝아집니다. 비질 소리에 머뭇거리던 해님이 구름 사이로 나타났습니다. 바람은 파란 물감을 빗자루에 열심히 찍어 줍니다.

“와! 멋지다.”

잠을 자고 있던 코스모스가 일어났습니다. 잠이 덜 깬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댑니다. 옆에 있던 해바라기도 고개를 들고 해님을 쳐다봅니다. 주위에 있던 꽃들도 눈을 비비며 실눈을 떴습니다.

“와! 아름다운 하늘이네.”

모두들 왁자지껄 떠들면서 활짝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러자 몸에 붙어 있던 이슬방울들이 ‘휘리릭’ 비눗방울처럼 하늘을 향해 나르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오색 꽃무늬를 그립니다. 숨죽이던 은행잎이 해바라기를 보며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은행잎을 바라보던 벼들이 물들어 갑니다. 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앞산의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고추잠자리가 날아올랐습니다. 위를 바라보던 고추들도 빨갛게 익어 갑니다. 고추밭을 바라보던 단풍잎들이 빨갛게 물들어 갑니다. 하늘을 바라보던 나뭇잎들이 파란 바탕 위에 모두 울긋불긋 수를 놓기 시작합니다.

코스모스 속에 얼굴을 감추고 술래잡기를 하던 철이, 영이가 파란 하늘이 멋있어 고개를 쏘옥 내밀었습니다.

“야, 너무 멋있다! 파란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아.”

“나는 바닷물 속에 들어온 것 같은데.”

철이와 영이는 술래잡기하는 것도 잊은 채 손을 잡고 벌떡 일어서서 파란 하늘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파아란 하늘 속에는

파아란 하늘 속에는

온갖 것이 다 피어 있다.

빨가니 꽃이 피어 있고

노라니 꽃도 피어 있고.

파아란 도화지 속에는

파아란 도화지 속에는

온갖 것들이 다 날아다닌다.

잠자리 떼가 날고

메뚜기 떼도 날고.

파아란 옹달샘 속에는

파아란 옹달샘 속에는

박새가 숨어있네

명새도 숨어있네

한참이나 찾아 헤매던 순나가 숨차게 달려와 말했다.

“너희들 뭐 하노, 술래잡기 안 하고 마, 나 몰래 연애하나?”

그러자 영이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철이의 얼굴이 감처럼 곱게 물들었습니다.

한참이나 하늘을 쳐다보던 철이와 영이가 말했습니다.

“연애는 무슨 연앤고, 친구끼리 말이다.”

코스모스 속을 나와 파란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순나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가제이.”

초초할아버지는 더욱 부지런히 하늘을 쓸었습니다. 철이, 영이, 순나가 구름에 걸려 넘어질까 봐 마음을 졸입니다.

“얘들아, 앞을 보고 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