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자
초초 할아버지는 아직도 안심이 안 되는지 남아 있는 구름을 열심히 쓸고 계십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날 때마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갑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구름 조각들이 낙엽처럼 이리저리 흩날립니다. 저 멀리서 바람에 밀려오던 큰 구름 덩어리가 할아버지의 빗자루에 걸리며 얼음조각처럼 몇 조각으로 갈라졌습니다. 할아버지의 빗자루에 의해서 작은 조각들이 동쪽으로 밀려갔지만, 큰 조각은 밀려가다 앞서가던 구름에 부딪쳐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 어어 안 되는데, 떨어지면.’
할아버지는 당황해서 두 손으로 구름을 끌어안았습니다.
“영이야, 빨리 와. 할아버지를 좀 도와줘야겠다.”
그렇지만 놀이터에서 소꿉장난하고 있는 영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거 큰일 났네.’
할아버지가 끌어안은 구름은 가슴에서 천천히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영이야, 철수야.”
할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하여 외쳐 댑니다. 그래도 영이와 철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그야 노는데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겠지요.’
할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맵니다. 너무나 부드럽고 미끄러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손과 발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땅에 떨어지면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이를 어쩐담.’
구름이 자꾸만 미끄러지자, 할아버지는 할 수없이 두 다리를 모으고 구름을 무릎에 받쳤습니다.
‘하느님 맙소사, 이 일을 어찌하노. 차라리 구름을 쓸지 말 것을.’
이때입니다. 바람이 몰려왔습니다. 구름이 흩어져 동쪽으로 밀려가자, 해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파란 하늘 사이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셔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해님이 구름을 향해 맑고 밝은 미소를 띠자 구름은 갑자기 가벼워져서 해님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을 누르던 구름은 무릎을 떠나 가슴을 지나 위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솜털처럼 가벼워지며 바람을 따라서 할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잡아 본 구름인데 놓치면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안되는데.’
할아버지는 있는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고 구름을 단단히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구름을 끌어내려 그 위에 엎드렸습니다.
‘이제는 구름도 어쩌지 못하겠지.’
할아버지는 안심이 되어 두 눈을 감고 ‘휴우’ 하고 긴 숨을 토해 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할아버지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구름은 할아버지를 태운 채 빌딩 옥상을 떠나 두둥실 해님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철이가 비행기 소리에 하늘을 쳐다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구름이 꼭 모자 같다.”
그러자 영이도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진짜네, 그런데 왜 구름 모자에 빗자루가 달려 있을까?”
영이와 철이가 구름 모자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구름은 할아버지를 태운 채 빗자루를 뒤에 달고 둥실둥실 떠올라 청량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참 이상한 구름도 다 있다, 그렇지.”
“응, 참 이상하다.”
모래를 털고 집으로 들어가던 철이가 말했습니다.
“얘, 구름 모자가 꼭 우리 할아버지 모자 같다.”
“정말…….”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구름 모자는 없고 파란 하늘에는 빨간 고추잠자리만 해님을 따라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