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꽃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는 쉬웠습니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점심때가 되자 차갑던 날씨도 기온이 올라 따스해졌습니다. 집이 가까워지자, 소녀는 소년을 졸라 소매를 잡고 자운영밭으로 향했습니다.
“꽃시계가 갖고 싶은데.”
소년은 검은 꼬투리로 물드는 자운영 논에서 시들지 않은 꽃을 따서 시계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소녀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흘렀습니다. 소년은 기뻤습니다. 소녀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꽃 화환을 머리에 씌워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운영꽃을 따라 열심히 꽃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왼손에 한 움큼의 꽃이 모아지자, 소녀에게 넘겼습니다. 오른손에 한 움큼이 모아지자 다시 손에 넘겼습니다. 발길을 따라 스치는 자운영 꼬투리에서 쏟아져 흩어지는 씨앗의 수만큼이나 소년의 기쁨은 커 갔습니다.
소년은 꽃줄기와 줄기를 연결하여 두껍고 긴 화환을 만들었습니다. 소녀도 뒤지지 않을세라 열심히 화환을 만들었습니다.
“야, 멋지다.”
“너도 그래.”
화환을 서로 머리에 씌워 준 소년과 소녀는 두 손을 잡고 자운영꽃 위에서 원을 그렸습니다. 소년은 소녀가 공주처럼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녀는 소년이 왕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는 백조의 왕자.”
“나는 백설 공주.”
“으하하하, 으호호.”
다시 손을 잡은 두 소년과 소녀는 자운영밭을 달렸습니다. 소녀는 이제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소년도 부끄럽다거나 수줍은 생각이 떠나 버렸습니다. 햇빛이 자운영밭을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고 어둠이 바닥을 가렸을 때 소년과 소녀는 옷에 한껏 묻어 있는 자운영 꼬투리를 서로 털어 주고 개울을 건넜습니다.
“아니 벌써 별이 뜨려고 하네.”
“······.”
“제일 먼저 뜨는 별은 내별인데, 네별은 어느 거야?”
“······.”
소년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은 자신의 별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동안 밤하늘에 가장 예쁘고 빛나는 별을 소녀의 것으로 정하고 싶어서 밤이면 마당에 나와 별을 헤아리며 찾고 있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네별은?”
“아니, 저별은 싫어.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빛나는 별이면 좋겠는데.”
“네별은?”
“네 별 옆에 제일 가까이 있는 것으로 하고 싶어.”
“그럼 좋아, 우리 오늘 밤에 각자 찾아서 다음에 보여주기로 하자.”
소년은 아버지의 꾸중도 잊은 채 저녁을 먹자, 마당 가운데로 나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동생도 따라 나와 하늘을 보았습니다.
“형아, 오늘도 별 셀 거야?”
“아니?”
“뭐할 건데?”
“제일 예쁘고 큰 별을 찾을 거야.”
“왜?”
소년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녀와의 약속을 동생에게도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동생은 별을 몇 개 세다가 재미가 없는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벌써 자정이 지나 닭 울음소리가 별빛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소년은 방으로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소녀의 아름다운 별을 찾을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