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길 20230523
유념 유상(有念留想)이고 무념무상(無念無想)인 것을 그 스님이 어찌하여 중생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을까요. 생각이 생각을 만드셨군요. 일은 또 다른 일을 만듭니다. ‘1004호 집에는 천사가 살고 있을까요. 선녀들이 사는 집은 어디일까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배추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사람, 배추벌레, 잡초, 배추…….
의미야 알겠지만, 풍경소리라도 듣고 가라면 나처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어찌하라고, 무념무상이 별거라고 생각하다가 별거 아니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유념유상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눈이 신코를 향했습니다.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밤에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았습니다. 허공은 허공이 아니더군요. 업경대(業鏡臺)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차, 늦었군.’
이제 와 어쩌겠습니까.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다 어리광을 부려도 그저, 그저 좋은 생각 앞세우려고 합니다.
찻잔에 얼굴 비춰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고 보면, 누구나 지구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지, 그래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지구를 떠났습니다. 나는 화장실에서만큼은 아직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생각이 많을수록 가지고,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나 봅니다. 바지춤 올리고 공원이라도 걸어야겠습니다. 동쪽에 아는 것이 없으니 은근슬쩍 서쪽 이야기를 곁들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