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어느 날

99. 사진 강의를 들으며 20221103

by 지금은

올가을에는 전화나 문자가 오는 경우가 없어도 자주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냅니다. 낙엽이 지기 전에 멋진 사진을 얻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단풍이 어느새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잎을 떨어뜨린 나무들도 있습니다. 털갈이하는 짐승의 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춥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젯밤에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날 기온이 많게는 사오 도 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겉옷을 한 겹 걸쳤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손이 시리다는 느낌이 듭니다. 먼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주위의 사물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옵니다. 휴대전화를 켰습니다. 나무가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실루엣입니다.


나는 요즈음 사진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강사는 어제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을 강조했습니다. 해뜨기 전후, 해지기 전후라며 몇 번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전에도 같은 말을 들었으니 별로 마음에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습니다. 잠에서 일찍 깨면 책이나 신문을 보다가 때를 맞추어 몇 차례 밖으로 나갔습니다. 일출이라도 같은 일출이 아닙니다. 그 빛깔이 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정도를 느낍니다.


오늘도 그 자리에 섰습니다. 늘 한 배경을 중심으로 산책 겸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구도에 어울리게 담아봅니다. 같은 시각임에도 날씨 때문인지 조금씩 변화가 감지됩니다. 한 장만 찍었다가 그마저도 삭제했습니다. 구름이 드리운 하늘은 무덤덤한 재색 빛만 보여줍니다. 휴대전화를 켜고 장소를 옮기며 주변을 살필 때 내 옆을 스쳐 가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것을 꺼내 들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흩날립니다. 그는 내 앞을 막아서며 ‘찰칵, 찰칵’ 셔터를 눌렀습니다. 화면을 확인 후 낙엽을 밟으며 나무숲 사이로 사라집니다.


‘예의도 없이…….’


내 활동을 방해하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성급합니다. 급하다고는 해도 한 발짝도 안 되는 좁은 앞 공간보다는 내 뒤로 지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이와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전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 출입문 앞에 서 있다 보면 뒷공간이 넉넉한데도 굳이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밀칠 듯 빠져나간다고 하면 맞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경우가 꼭 그러합니다. 나는 그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났습니다.


‘사진이 별거야, 그냥 찍으면 되지.’


얼마 전까지의 생각입니다.


처남 집에 갔을 때입니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처남댁이 정리한 사진첩을 꺼내 보입니다. 풍경 사진이며 인물 사진들이 하나같이 멋있어 보입니다. 내가 찍은 사진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을 잘 찍었네요.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사진에 취미가 있어 한동안 배웠다고 합니다. 이야기하는 동안 몇 가지 참고될 만한 지식을 얻었습니다. 구도를 잡는 방법입니다. 하찮아 보이지만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서관에 들러 ‘사진의 기술’이라는 책을 비롯하여 몇 권을 빌렸습니다. 책을 보는 동안 사진은 그림과 관련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수채화에 관심이 있었던 내가 책을 읽는 동안 그림과 사진과의 동질성 부분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제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일부분 복습을 했습니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이기는 해도 사진을 찍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루엣, 파노라마, 오메가, 파도, 별의 모습을 담는 기법들입니다. 강의를 들은 지 몇 주가 지났으나 오메가와 별 풍경은 담지 못했습니다. 생각은 있어도 아직 그들을 마주할 시간이 없습니다. 대신 실루엣과 파노라마 사진은 몇 장 담았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기 때문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오늘은 조금 아는 척을 했습니다. 받아줄 사람으로는 집안 식구가 만만합니다. 아내가 오늘 친구들과 창경궁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밤이 되자, 휴대전화가 잠시 시끄럽습니다.


‘카톡, 카톡…….’


휴대전화를 열자, 그들의 사진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아내와 나의 의견이 교환됩니다.


“발목이 잘렸네, 올려 찍어야 하는데 내려찍었네.”


공간 처리가 미흡했다, 사진의 기본인 수직 수평이 맞지 않았다는 둥 단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단점만 찾아낸 것은 아닙니다. 안목이 부족한 내가 보기에도 썩 좋아 보이는 사진이 여러 장 있습니다.

“이것들은 잘 나왔네.”


“그 친구는 사진을 잘 찍어요. 사진 공부 좀 했다지.”


강사가 말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랍니다. 다른 몇 사람은 꾸준히 자기 작품을 올리며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연륜이 들어있습니다. 사진이 취미가 되었고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해 이곳저곳 여행도 했답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와 맛집도 소개합니다. 무엇이든 알면 알수록 알아야 할 것이 많고 궁금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들의 사진 기술 정도면 만족할 것 같은데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강사도 같은 말을 합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무엇인가 알고 나면 궁금한 것이 또 생깁니다. 그러기에 책을 늘 손에 쥐고 사는지 모릅니다. 배움터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닙니다.


나는 아직 사진을 그의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왠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평가받아야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글쓰기를 배우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내 작품에 대해 강사는 물론 동료들과 이야기를 갖습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됩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점을 내보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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