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별 바라기 20221103
별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더구나 도시에서 밤하늘을 보았을 때 별들이 눈에 뜨였다면 행운입니다. 내가 늘 보아왔던 수많은 별이 어디에 숨었는지 요즈음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내가 지금의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고부터는 달을 보는 경우도 뜸해졌습니다. 내가 밖을 내다보는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달을 보고 싶으면 날짜를 보아 밖으로 나갑니다. 달과의 약속은 없었지만, 원하는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별은 어떻습니까. 방향과는 달리 창밖을 향해 밤하늘을 보면 늘 나와 눈이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도 어느 때까지는 말입니다. 시골에 살 때야 말할 것도 없지만 도시에 살면서도 고즈넉한 밤이면 수많은 별과 눈 맞춤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어릴 때는 형과 누나들의 입을 따라 별과 셈 놀이 겸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별 하나하나나 별 둘 나 둘…….’
마찬가지로 형, 누나들을 따라 어깨너머로 배운 노래도 불렀습니다. 방정환 작사 작곡입니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 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이 둘이서 눈물짓누나.
어린 마음에도 쓸쓸함이 묻어 나왔습니다. 자라면서 별에 관해 관심을 두다 보니 이에 대한 노래도 많고, 이야기도 많습니다. 작은 별, 별과 꽃, 별똥별…….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밖을 보니 어둠이 하늘을 가렸습니다. 인공 빛에 물든 허공은 잿빛 어둠입니다. 다시 잠자리에서 눈을 감았지만, 아내의 숨소리가 귀로 다가옵니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다가옵니다. 어느새 깨어났는지 아내의 휴대전화 불빛이 내 눈꺼풀 위로 찾아왔습니다. 슬며시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습니다. 먼동이 트려면 한 시간은 있어야 샛별이라도 볼까 하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금성은 가장 밝은 별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많습니다.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뜨면 개밥바라기,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면 샛별, 또는 계명성이라고 합니다.
바라기'는 작은 그릇입니다. 그러니까 개밥바라기는 '개밥을 담는 작은 그릇'입니다. 새벽에 샛별을 보며 일터에 나간 주인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배가 고픈 강아지는 빈 밥그릇을 핥다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쳐다보며 '멍멍' 짖고 짖습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개밥바라기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샛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개를 키우지 않아서 눈에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스칩니다.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런 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하늘이 찌푸리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두세 개의 별을 볼 수가 있었는데, 어느 날에는 다섯 개나 보았습니다.
“나 별을 다섯 개나 보았지.”
“뭐, 별 본 게 대수라고.”
아내는 심드렁한 눈치입니다. 설거지하면 뒤를 돌아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별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자연 시간에 배운 지식입니다. 별들의 앞자리입니다. 수많은 별 중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별입니다. 별자리도 배웠습니다. 이에 얽힌 전설도 배웠습니다. 대부분 잊어버리고 ‘견우와 직녀’ 별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들면서 내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습니다. 아이들이 내 머리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그보다 놀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합니다.
“선생님은 왜 머리가 휑해요. 대머리예요?”
“이녀석, 선생님을 놀리다니.”
나는 이 말 대신에 이야기로 아이들의 농담을 받아넘깁니다.
“너 오작교 아니? 견우와 직녀가 음력 칠월칠석날 만나는 다리 말이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까마귀와 함께 만남의 다리를 만들어 그들의 발을 지탱해 주다 보니 머리칼이 빠졌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대부분 아이와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한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내년에 같이 갈까?”
그 아이는 싫은 눈치를 보이며 몸을 비틀어 내 손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나는 지금 수많은 별을 보고 있습니다. 어려서 산촌에서 늘 보던 별, 도시에서 보던 별, 섬에 살 때 보던 별, 갯벌에 놀러 온 별, 작년에 어렵게 찾아온 다섯 개의 별, 그 많은 별이 내 눈에 매달립니다. 샛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감은 눈꺼풀에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눈을 떴습니다. ‘주르르’ 땅으로 흘러내려 사라집니다. 이슬이 되었습니다.
나는 해바라기처럼 잠시 별 바라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