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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97. 이태원 참사를 보고 20221101

by 지금은

‘핼러윈 데이 사고’


시월 삼십일입니다. 새벽 한 시경 잠에서 깼습니다. 잠시 거실에 나와 밖을 내다보다가 휴대폰을 켰습니다. 다른 나라의 소식이려니 했습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확인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청소년들이 모였습니다. 좁은 비탈길에 많은 인파가 몰려든 상황에서 올라가려는 사람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일어난 압사사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행사에서 많은 인파로 인해 대형사고가 있었습니다. 홍콩에서도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태원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에는 인도의 한 현수교 개통식에 인파가 몰리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의 소재를 두고 사람들이 옥신각신합니다. 정부의 잘못이라는 둥 아니 개인의 잘못이라는 둥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는 이분법으로 문제를 논할 사항은 아닙니다. 정부의 몫도 있고 사회의 몫과 개인의 몫도 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경찰과 구청, 관광연합회 등의 관계자들이 회의했지만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축제 기간 성범죄와 마약 등 범죄 예방과 방역 수칙만 논의했다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29일 10만여 명 몰렸는데도 차량 통제나 폴리스라인 설치를 통한 인도 확보 같은 대책은 없었습니다.

뒤늦은 생각이지만 인파를 통제하고 인도할 수 있는 만큼의 안전요원은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달 초 세계 불꽃 축제 때는 여의도에 백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 주최 측이 집회신고를 했고 각 기관이 안전에 힘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예견되는 곳이 많습니다. 지하철역을 비롯하여 운동경기장이 있고, 광화문이나 시청 등의 집회 장소도 그렇습니다. 큰 문화행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중 내 동선과 관련된 곳으로 가장 위험을 느끼는 장소는 전철역입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주로 전철을 이용합니다. 차가 막히지 않으니 약속 시간을 지키기가 쉽고 노선을 확인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급한 일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할 경우입니다. 출퇴근은 전쟁입니다. 몇몇 환승역은 그야말로 먹구름과 같습니다. 곧 소나기라도 퍼부을 것 같은 하늘입니다. 서양 어느 골목의 양 떼 무리를 연상합니다. 이층에서 승강장을 내려다보면 바닥은 감춰진 채 사람들의 머리만 보입니다. 그들이 물밀듯이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누군가 삐걱하고 발이라도 헛디디거나 밀치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나는 전동차에서 내리면서 종종 아내의 옷소매를 잡아끕니다.

“잠깐.”

함께 승강장의 가장자리 벽에 붙었습니다. 어느 해입니다. 계단에 많은 인파가 몰리며 사람들이 다친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기를 기다립니다. 나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은 위기의 대처 능력이 떨어집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춤했습니다. 기다린 시간은 불과 이삼 분입니다. 길어야 삼사 분입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갑니다.

이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나 봅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골목길로 몰리는 것을 막을 권한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골목마다 경찰관을 배치했더라면 사고를 막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정부나 개인이나 안이한 생각이 화를 불렀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를 잃었을망정 다음을 위해서는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야겠습니다. 안전 전문가들은 일 제곱미터당 대여섯 명 이상이 있을 때를 ‘위험 단계’로 봅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이 몸을 가누기 어렵게 되고 한꺼번에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 때 사상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처럼 군중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안전 생활에 맞는 기준을 강화하고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개인은 각각 자기 몸은 자신이 지킨다는 자세로 생활해야 합니다.

이번 이태원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명복과 다친 사람들에게는 빠른 쾌유를 빕니다. 나쁜 일에는 늘 마가 끼게 마련인가 봅니다. 세월호 침몰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사고를 빌미로 유언비어와 악담을 하는 사람들의 언행이 보입니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헐뜯고 조롱하기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고를 교훈 삼아 시민의식은 한층 성숙하고 정부의 철저한 안전대책이 수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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