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방학 20210712
학생들이 방학했나 모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분명 방학일 텐데.
등교 시간에 밖을 내다보는 일이 별로 없으니, 그들이 학교에 가는지 안 가는지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볼 일은 아니고.
방학인 거야 아닌 거야, 코로나 전염병이 내 생각을 갈라놓았습니다. 코로나의 유행에 따라 그동안 등교일이 들쭉날쭉했습니다. 수업일 수를 채우려면 방학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내 신상에는 직접 관계가 되지 않아도 의문이 생깁니다.
나는 학생 때 방학하는 것이 그다지 기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자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아이들에게서 해방입니다. 매일 지지고 볶는 생활에서 독립해 한동안 내 시간을 오로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걱정을 미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방학 숙제가 시작 전부터 머릿속을 메웠습니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숙제를 잘했던 것도 아닙니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일기를 몰아서 썼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식구들에게 밀린 과제를 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안 해주면 학교에 안 가.”
완전한 무기는 아닙니다.
“가기 싫으면 그만두고.”
설마 했는데, 개학 전날에는 밤을 새우고도 모자라 개학 후에도 일주일 동안 과제물을 매일 제출해야 했습니다.
“다음 방학부터는 숙제를 빠짐없이 해야 해.”
이 말로 끝내줄 알았는데 끈기 있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방과 후에 남아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았습니다.
만들기 숙제가 있었습니다. 내 주특기는 여치 집입니다. 육 년의 여름방학 중 다섯 번이 같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보릿짚이나 밀짚을 엮어 통나무집처럼 만듭니다. 네 귀퉁이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집니다. 몇십 년이 지났어도 만드는 과정이 훤합니다.
허수아비도 만들었습니다.
‘질라래비훨훨’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허수아비와 허수의 팔을 흔들어 댔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맞는 행동입니다. 어린아이에게 새가 훨훨 나는 듯이 팔을 흔들라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아이 대신 허수의 팔을 흔들었을 뿐입니다. 보릿짚으로 만드는 것이 이뿐인가요. 비 오는 날 무슨 궁상맞은 짓이냐고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집안을 시끄럽게 하는 보리피리도 불었습니다.
옛날이야기는 그만두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도란도란 공부하는 시절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질라래비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