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42. 농담(濃淡)의 세계 20210714
한 자루의 붓과 종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밤을 빌려왔습니다. 낮도 필요합니다.
뭐 그것뿐이겠는가.
비, 안개, 구름, 눈도 있어야겠습니다. 이슬은 어떨까, 있으면 좋습니다.
이것저것 써보는 거지 뭐.
뭘 잘해보겠다는 생각은 말아야지.
처음부터 뭐가 되겠어.
그냥 해보는 거야
그렇다고 하고 눈감아 줄 수 있는 거 있잖아
추상이란 거 있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붓이 하기 힘든 기능을 대체할 만한…….
있지!
예를 들면 나무젓가락, 버린 칫솔, 휴지 등
급하면 뭐, 손가락, 손바닥, 주먹, 그도 아니면 발가락, 발바닥, 뒤꿈치면 어때.
무작정 해보는 거야 마구, 마구.
반추상도 있어.
구상도 있지.
모양새 나게 해 보는 거야.
생각한 것들을 동원해서, 하다 보면 뭔가 보이는 거야. 걱정하지 마. 안 하는 것보다 백배는 나으니까. 하지 않으면 뭐가 보이나.
이것도 그림이라고?
첫술에 배부를 리 없으니
눈에 익고, 손에 익고, 마음에 익고, 익고, 익고 익을 때까지 해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