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기대는 어디로 간걸까?
쿠팡의 로켓배송, 컬리 새벽배송,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이 4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온라인 쇼핑을 매우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품을 보고 결제를 완료하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고, 그 제품을 실제로 수령하기까지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나의 행동에 대한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하루 만에, 늦어도 2일 만에 원하는 상품을 직접 받아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 이후 느끼는 설렘과 기대는 예전만 못하다.
왜 그럴까?
너무 빠른 서비스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제품을 온라인에서 주문하기 위해서는 카드를 직접 가지고 와서 카드번호를 하나하나 입력해야만 했고, 결제가 완료되고 제품이 도착할 때까지는 3-4일은 걸렸다.
이러한 시간의 지연과 약간의 불편함이 우리의 설렘과 기대를 더욱 커지게 하고, 택배를 받았을 때 느끼는 만족도와 기쁨을 증폭시킨다.
이제는 그 시간을 인식하기 전에 다음 과정을 거치고 있으니, 설렘과 기쁨이 커질 시간조차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판매를 진행하던 브랜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직접 고객이 방문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은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더 커지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했을 때 더 큰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교감하면서 무의식 속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최근 롱블랙을 읽다가 어느 순간 택배를 받아도 기뻐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했다.
AI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앞으로는 얼마나 간편해지고 빠르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쩌면 손까닥 하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애플의 비전 프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즉각적인 쾌락이나 만족보다는 설렘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건 아마 이와 같은 이유지 않을까?
그렇기에 아날로그 시절을 겪었던 세대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겪지 못한 세대들은 겪은 세대들이 만들어낸 드라마, 영화, 영상, 사진 등을 통해서 그 시절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나오겠지.
<응답하라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