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喪失, Loss)'은 가치 있는 대상, 관계, 자격 등을 잃어버리거나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직감적으로 부정적이라 늘 반갑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상실을 통해서 우리는 뒤늦게라도 그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가장 공감하기 쉬운 예는 인간관계다. 친했던 친구, 한 때 사랑했던 연인, 가족 등.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졌을 때 우리는 그 당연함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더라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최근 내가 느낀 상실은 건강이다. 최근 몇 개월간 크게 아픈 적 없이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해 왔다. 유일하게 내가 나의 몸에 대한 상태를 느낄 때는 심장이 터질 듯 러닝을 했을 때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내 심장이 뛰고 있고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목이 부어오르더니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제야 나는 건강의 위험을 느꼈고, 내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침을 삼키는지, 침을 삼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더 심해지기 전에 다시 당연한 상태로 돌리고자 병원을 다녀왔다.
이제야 내 몸이 다시 원상태로 복구가 되었는데 금요일 저녁, 이번엔 배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소화 불량인가 싶었지만 역시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 장염이었다. 무언가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30분도 안되어서 모든 게 다시 배출되었다. 그 과정에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엄청난 소음들이 들려왔다. 덕분에(?) 음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소화가 되는지 매우 잘 알 수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 두 경험은 건강의 일시적 상실이었다. 오늘 아침, 어제와는 달리 장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에 기뻐하며 내가 얼마나 당연하게 생각했었는지, 안일했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상실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상엔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금요일 저녁으로 시켜놓고 장염 때문에 하나도 먹지 못한 피자를 먹으며, 오늘 하루는 당연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