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일인가 생각해 본다.
객관적인 재능에 대한 평가도, 꾸준한 노력도 가지지 않은 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만들었다.
얼마나 오만한 일인가.
그래, 나는 망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나의 혀 끝에서 나온 것은 폭력과 혐오의 단어들이었으며,
나의 손이 닿은 모든 것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된 것은, 그 무엇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서른 하나의 낡아버린 청년이다.
나의 혀가 만들어낸 것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는가.
나의 손 끝으로 만들어낸 것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쓰레기를 하나 더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저 그렇게 푸른 것들을 흩어 보냈을 것이다. 청춘은 그 무엇보다 밝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것을 나의 가족과 친구들의 눈물과 섞어 하늘에 흩뿌렸다. 남은 것은 회한이다. 가슴 아래 시리도록 남은 후회와 고통이다.
예술은 잔인하다. 어떤 것이던 될 수 있다는 소망과 꿈을 영혼 가장 깊숙한 곳에 불어넣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그 깊숙한 곳을 들추어 보면, 빈 껍데기만이 남아서 바람에 펄럭인다.
그래서 내가 삼 년 전에 그 선택을 하고야 말았을까 생각해 본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지만, 그럼에도 아마 그 모든 선택들은 망할 예술이 남겨놓은 흔적이 아닐까.
불안함에 손을 떨고,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공황에 온몸을 내던지고 싶다.
삶은 고통이다.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지만, 나보다 더 버거운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널렸겠지만, 나에게는 나의 고통이 가장 크다.
삶을 마무리해야 하나 싶다. 누릴 만큼 다 누렸고, 버틸 만큼 버텼다. 마무리할 때가 드디어 찾아왔을까.
어렸을 적 농담 삼아 이야기했던, 마흔이 되는 그 순간 이 삶을 마무리하겠다 이야기한 그 약속을, 아주 조금 일찍 지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런 사랑이 나에게 올까 싶다.
그 사랑을 했을까. 모르겠고, 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모르는 채 와서 모르는 채 떠나는 삶의 비참함은 생각보다 더 아프다.
아마 내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마무리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른다.
그래, 삶은 그런 것이다. 나는 아마 불합리를 수용하고 방아쇠를 당기고 마는 한 인간이겠지.
그래, 삶은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