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현재 간호사 + 대학원생으로서의 근황
4월 말에 2학기가 끝이 났다. 길고도 정말 길게 느껴졌던 학기였다.
다행히 성적은 좋게 나왔다. 전 과목 A를 받았다. Health Policy, Research Methods Health Economics는 A+, Program Evaluation이랑 Water Without Borders는 A를 받았다. 데헷! 성적이 다가 아니라는 걸 정말 잘 알지만 이제 석사 끝나면 오랫동안 다시 할 것 같지 않는 공부를 앞으로도 잘해서 기분 좋게 끝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번 달에 시작된 여름 학기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참고로 방학은.. 없다 ㅠ)
5월이 시작되므로 봄 같이 않은 쌀쌀한 토론토 날씨와 함께 맞이한 건 앞으로 4개월 동안 할 '인턴쉽'이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캐나다 전국 MPH 학생들의 인턴쉽 희망은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원하던 인턴쉽은 public health unit 같은 정부 보건 기관에서 하는 인턴쉽이었다. Public Health program evaluation이나 health promotion program을 이끄는 일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업무가 재택근무로 바뀌면서 우리의 인턴쉽 마저 온라인으로 바뀌어 버렸다. 의대생, 간호학생들 마저 병원 실습이 금지된 상태라 이 상황은 보건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번 기회로 병원이 아닌 곳에서 4개월 동안 인턴 하면서 다른 직장 생활도 맛보고 싶었던 난, 실망이 작진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실습이나 일을 통해 병원만 출퇴근해본 사람으로서, 교대근무를 하는 곳이 아닌, 스크럽을 입지 않아도 되는 오피스에서 일을 해보는 것을 너무나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바람은 근무를 하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응급 상황이 펄쳐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좀 내려 두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바뀌어 버렸듯이 학생들의 수업과 인턴쉽 계획마저 뒤집어 놓았다.
캐나다의 보건 석사 프로그램의 대다수의 학생들이 5월부터 9월까지 봄/여름 학기에 인턴쉽을 하게 되는데, 이 인턴쉽이 늦춰지면 졸업도 동시에 늦춰지기에, 4월 초에는 어떻게든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하려 프로그램 디렉터와 교수들끼리 회의를 많이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프로그램 디렉터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3장이 빼곡히 넘는 연구원들의 리스트엔 그들에 대한 정보와 현재 이끌어 가는 여러 가지 연구 프로젝트들 대해 설명이 적혀 있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분에게 연락을 드리는 방법으로 인턴쉽 '지원서'를 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연구원들이 우리 프로그램 학생들을 인턴으로 많이 뽑았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연구에 굉장히 활발에서 자리는 많았다.
난 2학기 때 우리들에게 research methods 코스를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 앞으로 진행할 systematic review위해 날 뽑아주셔서 한 박사 학생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의 주제는 대충 long-term cardiometabolic effects of disasters. 현재는 지난 2주 동안 여러 데이터베이스 (e.g., Medline, EMBASE, Web of Science)를 익혀가며 함께 작성한 search strategy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나에게 연구라고는 과제를 위한 논문은 많이 읽어보고 protocol까지 직접 써보았지만 systematic review는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간호사로써 늘 cardiology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그쪽 관련된 인턴쉽이라 꽤 즐겁게 하고 있다.
그렇게 난 집에서 일주일에 2-3번 정도 화상회의를 하며 인턴쉽을 하고 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는 내가 간호사라는 걸 알고 계시기에 스케줄은 내가 알아서 짜도록 허락해주셨다. 원래 풀타임인 인턴쉽이지만 (즉 1주일에 40시간), 코로나 때문에 바쁜 의료진 학생들 위해서는 시간제로 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위해 해야 하는 업무만 그때그때 마무리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오늘 오후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몇 배 늘어버렸다. 꿍.
이달 인턴쉽과 함께 시작한 교양 과목은 Theory of Health Behaviours라는 코스다. 원래 인턴 하는 동안 수업은 듣지 않으려 했으나 어차피 온라인으로 다 하는 걸, 이왕이면 과목 하나라도 더 들어 놓으면 가을 학기 때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였다. 현재 듣는 수업은 여름이라 7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짧고 굶게 운영되는 온라인 강의인데,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라서 7명의 학생들밖에 없다. 대부분 나와 같은 보건 석사를 하는 동기들이고, 나머지는 간호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다. 사람들의 건강 행동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들을 배우고, 자신의 생활 패턴, 건강 대해 한번 돌아보는 수업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수업과는 달리,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많고 과제도 그러한 과목이라서 새롭다.
처음 배운 이론은 간호학생이면 누구든 들어 봤을 Maslow's hierarchy of Needs다. 앞으로 배울 이론들은 Health Beliefs Model, Theory of Reasoned Action, Social Learning Theory, Organizational Change Theory... 등등 있다. 이론들을 배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할 보건 일에, 이런 이론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년 9월, 석사를 시작했을 때 Water Without Borders (WWB)라는 diploma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하였다. WWB를 통해 9월부터는 2주에 한 번씩 따로 야간 수업도 있었고, 2월엔 페루에도 다녀왔으며, 이번엔 유엔대학교의 연구원의 연구 보조원으로 앞으로 2-3달 동안 논문을 쓰고 출판하는데 함께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WWB 프로그램에 맞게 국제적 물에 대한 연구이며, 난 gender issue에 관심이 있어서 그쪽 연구를 돕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름엔 보건 연구 복이 터진 것 같다.
4월엔 코로나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일을 의도치 않게 많이 하게 되었다. 시험기간이기도 하였고 마지막 프로젝트도 내야 했던 시기라서 많이 힘들었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이 있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뿌듯했다. 아마 다가올 여름에도 인턴쉽/수업을 병행하면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3월에 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에서 공중보건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을 모집하였는데, 1차 통과는 했고 2차 단계 관하여 연락이 왔다. 앞으로 travel restriction이 풀리면 공항엔 입국 여객들이 늘어날 거라서 Quarantine Officer (검역관)로써 코로나 대상 여객들을 검사하는 역할을 하는 의료진들이 필요할 거라며 미리 뽑아 두는 것 같다. 경력 따라 다르겠지만 풀타임 연봉은 $80,000에서 $120,000이라고 한다. 역시 정부에서 고용하는 간호 사서 연봉이 쌘 것 같다.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보건 쪽 관심 있는 간호사로써 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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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석사를 시작했을 무렵엔 내가 이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임상 간호의 한계를 뼈저리 느꼈던 시기였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일을 하다 공부를 해서 그런지 공부 자체도 적응하기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불투명한 나의 미래에 대한 집착이 훨씬 줄어들었다. 어차피 어떻게든 풀리게 될 인생, 그냥 go with the flow 하려 한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니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루에 적어도 30분은 땀을 뻘뻘 흘리는 운동을 한다. 팔 굽혀 펴기도 많이 늘었고 쓰는 웨이트 중량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밥이 더 맛있어져서 문제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