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멈춰 섰다
1165번
무심코 다가서다 흠칫,
젊은 날을 묻어둔
옛 집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다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달리는 버스보다 더 종종거리던 귀갓길이며
허둥거리며 준비하던 저녁
서둘러 집안일을 마무리하면
햇빛에 마른빨래처럼 나풀거린 나였다
기다리는 사람과 돌아올 사람이 있는 곳
숨이라도 좀 돌리나 싶으면 어느새 꾸벅꾸벅
불콰해진 남편의 얼굴과 마주하던 밤들이다
굳이 라면을 먹고 자겠다는 만삭의 식욕과
끓이는 모양새로 잠을 재우던,
또 하루가
달려오는 버스보다 먼저
정류장에 도착했었다
1165번
다시 저 버스를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