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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Oct 23. 2023

1165번버스

버스가 멈춰 섰다

1165번

무심코 다가서다 흠칫,

젊은 날을 묻어둔

옛 집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다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달리는 버스보다 더 종종거리던 귀갓길이며

허둥거리며 준비하던 저녁

서둘러 집안일을 마무리하면

햇빛에 마른빨래처럼 나풀거린 나였다     


기다리는 사람과 돌아올 사람이 있는 곳

숨이라도 좀 돌리나 싶으면 어느새 꾸벅꾸벅

불콰해진 남편의 얼굴과 마주하던 밤들이다

     

굳이 라면을 먹고 자겠다는 만삭의 식욕과

끓이는 모양새로 잠을 재우던,

또 하루가

달려오는 버스보다 먼저

정류장에 도착했었다    

 

1165번

다시 저 버스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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