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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 Sep 13. 2024

忠 당신의 심중에 세워 놓은 것

모든 한자에는 이야기가 있다

9월 13일 일력한자 中


가운데 중은 무엇의 가운데를 말하는 것일까요? 

경복궁이나 창경궁에 가보셨다면, 그 곳에서 풍기대라는 보물을 보셨나요? 


        경복궁 풍기대


풍기대는 풍향을 관측하기 위해 설치한 받침돌을 말합니다. 지금 창경궁에 남아있는 풍기대는 경복궁의 풍기대보다 규모가 약간 작은 것으로, 화강암으로 8각 기둥을 만들고 구름무늬를 새긴 형태입니다. 8각 기둥의 꼭대기 중앙에는 깃대를 꽂는 구멍이 있는데, 현재 기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그린 [동궐도]에 그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긴 장대 끝에 가늘고 긴 깃발을 매어 놓은 모습입니다. 


이것과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아주 오래된 풍기를 그린 글자가 가운데 중中 입니다. 갑골문은 장대에 매어 놓은 가늘고 긴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입니다. 깃발 가운데에 있는 는 바람의 세기를 가늠하는 팔랑개비입니다. 이에 대해서 [성호사설]에서는, 


"원판 위에 설치한 동 혹은 나무로 만든 까마귀가 바람이 불면 머리가 바람의 방향을 향하고 입에 문 꽃잎이 돌아가는데 이것은 민간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바람개비와 유사하다."고 적었습니다. 


한편 풍기에 관해서 [증보문헌비고]에는 


“대궐 가운데에는 풍기가 있는데 이는 곧 예부터 바람을 점치려는 뜻으로서 창덕궁의 통제문 안과 경희궁의 서화문 안에 돌을 설치하고, 거기에 풍기죽을 꽂아 놓았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록이지만 고대 중국의 풍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中을 군대 진영의 가운데에 꽂아놓은 군기를 뜻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군기가 아니라 풍기를 그린 것입니다. 같은 깃발일지라도 그 목적이 확연히 다른 깃발입니다. 특히 깃발의 가운데에 있는 口를 땅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갑골문을 보다시피 땅 속에서 깃발이 펄럭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은 궁궐의 한 가운데 설치한 풍기를 의미합니다. 이는 임금이 정사를 펼칠 때, 세상의 중심에 하늘의 뜻을 세우겠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하늘의 뜻을(기후변화) 살펴 절기를 파악하고, 이를 백성들에게 알려, 미리 대비하게 하려는 의도이자 정성입니다. 

 

한편 충성 충은 마음의 중심에 꽂은 풍기죽입니다. 궁궐의 중심에 세운 풍기죽과 같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마음과 정성을 의미하지요. 오늘 당신의 심중에는 어떤 정성의 풍기가 꽂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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