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면 나 이 사람이랑 평생 살 것 같다!'
2016년 12월 3일, 드디어 우리는 무촌이 되었다.
나는 '무촌'이라는 말이 참 좋다. 부부는 혈연관계가 아니라서 촌수로 따지면 당연히 무촌이지만, 부부는 1보다도 가까운 관계, 즉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그런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주 가까운 관계이다.
결혼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넌 어떻게 그 사람이 남편이 될 거란 걸 확신했어?"
"누나는 그분과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 사람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맘에 들었어? 결혼을 결심할 만큼!"
이 질문의 답은 항상 같았다.
"난 그렇게 깊게 생각 안 했는데? 한 번 갔다 오면 말지 뭐^^;;"
물론 이 답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이 대답이 결혼을 경솔하게 결정했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나의 남편 뽀글이(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뽀글뽀글 꼬여버리는 귀여운 남자)는 좋은 의미로 아주 '단순한 사람'이다. 매사에 복잡하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는 나를 바꿔준 그의 사고방식은 내가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실을 기뻐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뽀글 서방은 내가 그를 남편으로, 또 그가 나를 아내로 맞이하는 그 길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결혼하면 집안일은 누가 얼마큼 할 것이며, 서로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결혼하면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이며, 등 이런 갖가지 조항들을 의논하지도, 만들지 않았다. 사실,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이 무촌이 아니던가. 나와 뽀글 서방의 결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순하게!
뽀글 서방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사람이 저의 배우자가 맞나요?"라며 새벽마다 교회 가서 기도했을 것이다. 확신을 얻고 싶어서, 실패하기 싫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느라 난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같이 떡볶이 먹는 것, 같이 영화 보는 것, 같이 공원 가는 것,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이 순간이 좋다면, 앞으로 같이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 번 갔다 오면 말지 뭐"라는 말은 저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야! 결혼을 그렇게 심각하고 깊게 생각하면 못한다! 지금 좋아? 그럼 결혼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아무리 결혼 전 99%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커플도 이혼하더란 말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 푹 빠져 키득거리며 웃는 뽀글 서방의 등짝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어쩌면 나 이 사람이랑 평생 살 것 같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나를 냥세(고양이처럼 잠이 많아서)라고 부르는 뽀글 서방과의 결혼 생활에 앞으로 어떤 큰 산이 펼쳐질지 나는 잘 모른다. 단지, 지금은 뽀글 서방과 계속 쭉 이렇게 살 것 같다는 확신이 조금 더 커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