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한량이 되어

<미스터선샤인> 김희성의 삶

by 최지훈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미스터선샤인>에 푹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본방을 사수하지는 못했다.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몰아보기 신공으로 21화까지 쉼 없이 내달렸다.


구한말 조선의 불행한 역사 가운데 각자의 길을 걷는 유진 초이, 고애신, 구동매, 그리고 김희성. 이 거대한 서사는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을 적절히 버무려, 조선의 말로에 서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모든 인물에 다 감정 이입할 만큼 연기 실력이 모두 빼어났지만 그중에서도 김희성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아마 나랑 그가 빼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희성은 유복한 양반 가정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판서였고 아버지는 그 부를 물려받은 사람이다. 김희성은 탐욕적인 조상을 닮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서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신분의 차이가 갖은 격차를 만들어낸다. 기회의 격차, 힘의 격차, 자산의 격차. 그는 그에게 주어진 기회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 오랫동안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양반이라는 이유로 불가촉천민인 노비를 부려먹으며 하대하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보고 조선 사회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부와 명예에 집착하지 않는다. 양반 세대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살고자 한다.


나는 한량이다. 좋게 말해 한량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속칭 ‘놈팽이’다.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이 되기 위해 돈으로 신분을 사는 매첩이 유행했다. 매관직이라 한다. 현대에 와서는 신분이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돈, 세상 누구나 돈을 추구한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돈의 격차가 기회의 격차로 이어진다.

그 돈이란 것이 돈을 키우기 때문에 모으고 모아야만 한다. 사람들은 돈을 키울 확률을 높이는 데에 투자해왔다. 대한민국이 고성장세를 보이던 70년대, 80년대에는 좋은 대학에 나와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하면 돈을 키울 확률이 매우 높았다. 월급을 받아 은행에만 넣어둬도 금리가 10%를 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예금금리가 2%대다. 절망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다 죽는소리만 낸다.

나는 천상 상인은 못 될 것 같다. 경제학과 출신에, 돈이 되는 공부를 해왔지만 돈돈돈 하다 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나도 김희성과 마찬가지로 돈이 되지 않을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철학, 역사, 문화, 여행, 책, 감성 따위의 것들. 자본주의에 살면서 돈이 되지 않는 것들, 인간적인 것에 눈이 간다.


무용하지만 결코 무용하지 않는 것들.

그것의 가치와 의미를 전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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