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아빠 가정부, 다웃파이어는 위대했다

<Mrs.Doubtfire(미세스 다웃파이어)>

by 최지훈

최근 영화를 봤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가족의 사랑, 특히 아빠가 아이에게 갖는 애정을 잘 그려낸 영화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미소 짓는 얼굴은 나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다. 오죽하면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공수해와서 봤을까. 영화 본 횟수를 따져보면 통틀어서 30번은 족히 넘을 거다. 눈 감고 듣기만 해도 다음 대사와 장면을 정확히 예측할 정도니까. 하도 많이 보는 바람에 나중에는 비디오 화면이 지지직 거렸다.


주인공 다니엘은 애니메이션 더빙 성우다.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낸다. 출중한 재능에 비해 인내심이 턱없이 부족한 가장이다. 직장을 자주, 홧김에 그만두기 일쑤다. 아내 미란다는 잘 나가는 건축 디자이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다.


이들에게는 자녀 세 명이 있다. 큰 딸, 작은 아들, 막내딸. 아빠는 자식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이 큰 사람이다.


단란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내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했고, 가족은 뒷전이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집중했고, 일은 뒷전이었다. 본인의 커리어를 중요시하는 아내는 조금만 수틀리면 일을 때려치우고 나오는 남편을 못 마땅해한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아빠이지만 아내인 자신에게는 늘 부족한 남편이다. 각자의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고 있었지만 채움에 대한 감사보다 부족함에 대한 지적이 앞섰다.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부부 이건만, 반복된 다툼 끝에 그들은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발단은 둘째 아들의 생일 파티였다. 아내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또 더빙 일을 하나 더 때려치우고 나온 우리의 위대한 아버지 다니엘은, 아들의 생일 파티를 거하게 준비한다.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은 건 물론이거니와 염소나 말 같은 동물까지 집으로 대동한다. 집안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큰 맘먹고 일찍 퇴근한 아내는 이 상황을 용납하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부부싸움이 시작되고, 아내는 결국 이혼을 선언한다.

I want to divorce. I’m so sorry.


이혼 법정에서 판사는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양육권은 엄마에게 있으며, 아빠가 직업을 구하고 안정될 때까지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 이내에만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아빠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며 항의해보지만, 뭐, 소용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직업도 없는 백수인 데다 지낼 집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며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가정부를 구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인 광고를 내는 신청서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를 슬쩍 바꿔버린 다니엘. 자신의 재능인 목소리를 이용해 괴팍한 가정부인 척하면서 목소리를 바꿔 여러 번 미란다에게 전화한다. 마지막 작전은 꽤 괜찮은 가정부인 척 연기하는 것. 초두효과와 최신 효과를 적절히 사용한 덕분에, 다니엘은 실제로 가정부로 발탁된다. 그 가정부의 이름이 바로 제목 다웃파이어다. 다웃파이어는 신문 기사 제목에서 급히 따온 이름이다. Doubt Fire.


여장을 할 만큼 아이들을 떼놓고 한 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


스포는 여기까지 하겠다. 다니엘이 다웃파이어가 되어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맛이 좋은 영화. 아버지, 가족, 사랑. 추운 겨울,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의 따뜻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웃파이어는 위대했다.

로빈 윌리암스는 더 위대하다.


RIP, Rob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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