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 기행기 (1)
“계룡대가 어디야? 대학교 이름이야?”
아주 옛날이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디냐 물었더니 ‘계룡대’에 있다고 했다. 처음 그 이름을 듣고 나는 무슨 대학 이름인 줄 알았다. 연락 안 한 사이에 반수라도 한 줄 알았다. ㅖ와 ㅛ가 있어 발음까지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그 이름이 군 기지를 의미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하튼 9년 전만 해도 계룡대는 나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다. 군생활 3년을 나도 계룡에서 보낼지 꿈에도 몰랐다. 군인의 도시, 육해공 3군 본부가 모두 모여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심장부, 계룡. 계룡에서 살진 않았지만 출근해있는 동안, 회식하거나 점심을 먹을 땐 계룡의 엄사와 금암을 두루 다녔다.
계룡으로 출근만 1,000일을 넘게 했는데도 여전히 계룡대와 어색하다. 대학교라 착각한 첫인상이 아직 작용하기 때문인지, 그게 미안해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친해지지 못한 것 같다. 이를 어쩌나.
이규연 앵커는 본인의 저서 <두 도시 이야기>에서 ‘생소한 두 사람이 친해지는 방법’을 두 가지 소개했다.
첫째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 ‘반주’를 곁들이는 것이다. 음식과 술. 어색한 계룡과 친해지기 위해 계룡에서 보내는 3년 동안 먹었던 음식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군생활했다. 의무감으로 머물러야 하는, 기한이 정해진 3년짜리 여행, 잠깐 있다가 떠날 게 예정된, 그런 진득한 여행. 그래서 계룡에 일상이라 붙이지 않고 ‘기행기’라는 이름을 달까 한다.
다닌 곳, 꽤 많다.
큰집 보쌈, 용인토종순대국, 바로육개장, 도원뚝배기짬뽕, 예촌소바, 올리브식탁, 화심, 화평, 계룡각, 콩밭가인, 맛나감자탕, 더하고 부대찌개, 무진장, 감나무집, 남원추어탕, 미다미, 육샤육샤, 돼지가족, 예사랑 막국수, 해피맘마, 돈가스폴, 착한감자탕(가격이 착한), 인생보쌈, 카페 아네모스...
차례차례, 나의 발자취를 따라오다 보면 한 번쯤은 계룡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내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계룡에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