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10. 29.(화) 대학병원 진료

그 차가운 건물에서,

by 최지훈

어제의 파도를 견디고 놓쳤던 정신을 다시 붙잡았다. 밤새 아내와 맘카페 및 각종 커뮤니티에서 대학병원 분만 후기 글을 찾았다. 그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아침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오늘 오후에라도 방문하겠노라고 말했다.


반차를 쓰고 오후에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1차 급이라 할 수 있는 일반 개인 산부인과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나도 일전에 대학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였다. 경직된 공기를 가로지르며 중앙 원무과에서 접수한 뒤에 산부인과 간호사에게 갔다.


다행히 진료해주기로 한 의사는 여의사였다. 그래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우리를 불렀다.


“어떻게 오셨어요?”

“OOO 교수님 진료 보러 왔는데요.”

“아, 의뢰서 좀 보여주시겠어요? ... 지금 몇 주시죠?”

“37주 1일이에요.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셔서 여기로 왔어요.”

“그럼 분만까지 고려해서 진찰을 받으셔야 하는데... OOO 교수님도 산과이긴 하신데, 분만은 안 하세요.”


분만은 안.한.다?


이게 웬걸, 분만을 안 한단다. 산과 의사가 분만을 안 한다니! 졸린 눈 비벼가며 찾은 대학병원 여의사였는데. 이 교수님은 초음파 보는 일이나 보조적인 진찰만 전적으로 맡고 계시다고 했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상담이라도 받겠느냐고 물어서, 우리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혈소판이 아기 분만할 때 지혈하는 데 중요하거든요. 우선 지금 37주인데 60,000 대란 얘기는 앞으로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요. 그래서 수혈하면서 분만을 진행해야 되겠네요.”

교수님이 눈을 찡그리고 의뢰서를 보며 말했다.


“혈소판 수치가 오를 확률은 높지 않은 건가요?”

아내가 기대가 섞인 톤으로 넌지시 물었다.


“음.. 일시적으로 왔다 갔다 할 수는 있는데, 보통 계속 그 언저리에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거든요. 우선 출산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분만하시는 산과 교수님으로 다시 예약 잡으시고 방문하셔야겠어요.”


목요일 진료를 예약하고 차에 돌아온 우리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대학병원에 오면 조금은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으리라 내심 기대했건만. 작은 소망마저도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또 다른 대학병원에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어떻게 말할는지. 희망과 절망,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의사가 서있을는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다. 혈소판 수치가 오를 수 있다, 이 말을 꼭 듣고 싶었다.


기도했다. 기도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의사도 아니거니와 혈소판 수치를 올리는 의학 전문가도 아니다. 인간의 뜻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고, 하나님께서 회복케 하신다는 믿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믿음대로 된다, 당시 붙잡았던 말씀이다. 나는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으시는 하나님, 세상 최고의 명의 하나님이 아내의 혈소판 수치를 회복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되게끔 하시겠다는 것을 믿고 기도했다.


그리고, 믿음대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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