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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Jun 20. 2021

서른의 여름 앞에서.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뒤를 돌아봤는데 돌아가기에 꽤 멀리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길이 맞는 건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까마득한 산 정상, 그렇다고 돌아가기엔 너무나 멀어져 버린 출발지. 그 애매한 중간에 서서 이도 저도 못한 채 꼼짝없이 정지해버렸다. 묵직한 답답함과 함께.


엊그제 회사 상사로부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일해야 할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달콤해지기 위해 상사로서 기꺼이 뱉어주는 쓴소리였다.

가끔 유명한 사람의 인터뷰들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꼭 나온다.

처음에 적성에  맞아서 때려치울까 했어요,  길이 길이 아닌  같더라고요. 그런데 버티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헷갈린다. 과연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막연함이 훗날 유명해져서 인터뷰했을 때 하나의 후일담으로 뱉을만한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도망가라는 조상신의 신호일까.

성격상 일 욕심은 많고, 어설프게나마 야망은 들끓는다. 이런 나의 욕심에 지금 내 상황이 못 따라주는 것 같아 괜스레 우울해졌다. 게다가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글 쓰면서 작가도 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 또한 사랑까진 아니어도 꽤 좋아한다. 이전에는 다재다능한 것이라 스스로 자위했겠지만, 이제는 갖가지 재능들이 모두 얕아서 이도 저도 안 되는 건 아닌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른이 원래 그런 나이일까?

나름 이십 대 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뭐 하나 이룬 것 없어 보이고, 앞으로 10년은 더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싶지만 이 길 따라 질주하는 게 맞는 건가 싶다. 갔다가 더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리면 어떡하지. 가끔은 정말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아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추진력과 집중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


이런 생각에 한동안 잠식되어 있다가도 관성에 따라 다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리고  출근한다. 이러다 서른 중반이 되고,  잠시 이런 고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어느새 마흔이 되겠지.

오늘도 별 수 없이 세월의 흐름에 그저 나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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