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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현 Oct 04. 2020

이름 따라 산다

우리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아 평생에 걸쳐 주고받는. 

내 이름은 최 지 현 이다.

한자로는 가장 높을 최, 지혜 지, 어질 현 자를 쓴다.

내 이름의 뜻을 나름대로 해석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the gratest wisdom, wiseness' - 가장 크고 높은 지혜와 현명함.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의 이름으로 몇 번을 불리는지 셀 수 없겠지만, 하루에 열 번씩이라고만 계산을 해보아도 평균 수명 80살 동안 29만 2천 번을 듣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개를 하고, 종이에 적고, 서명란에 사인을 하는 것 까지 모두 계산한다면 족히 50만 번은 넘게 사용된다. 요즘은 인터넷이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으니, 각종 SNS와 채팅, 메신저 사용까지 합한다면 세기 어려운 숫자가 나올 것이다.

무튼 요지는, 사람의 이름은 생각보다 전 생애에 걸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름을 지어준 나의 할아버지의 염원과 소망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지, 현. 물론 흔하디 흔한 이름이지만, 당신의 손녀딸이 어떤 사람으로서 한 평생을 살기를 바랐는가에 대한 마음은 세상에 딱 하나뿐인 특별한 것이었으리라.


이름 덕분인지 몰라도 나는 지혜와 현명함을 추구하는 것이 거의 기본값으로 세팅된 사람이다.

독서를 포함하여 모든 지적 활동을 좋아하고, 늘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산다.

나의 이름에 대한 뜻을 깊이 있게 고찰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과정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가지게 되는 신념과 가치가 나의 이름과 닮을 수도 있고, 그것은 살아가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에선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런 작업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짓고 바꿔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내가 이름의 뜻에 대하여 큰 의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비단 나의 이름과 나의 삶의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 특별히 인상이 깊거나, 마음에 들었거나,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게는 꼭 이름의 뜻을 물어보았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이름의 뜻을 곱씹어보고 있자면, 다들 자신의 이름 따라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이름에 바다 해 자를 써서 잔잔하기도, 거센 파도가 일기도 하며 수많은 것들을 넓고 깊게 품으며 산다. 또 누구는 옥돌 민 자를 써서 은근한 빛깔과 단단한 심지를 가지고 산다. 이름에 북두칠성 두 자를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이름의 뜻을 듣자마자 왜 그렇게 혼자여도 늘 밝게 빛이 났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름 따라 산다. 

우리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아 평생에 걸쳐 주고받는 이름을 닮아간다.

인생이 이상하게 잘 안 풀리고, 뜻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는 개명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모든 인류가 고민하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태어남과 동시에 나름의 이정표로서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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