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현 Apr 11. 2022

마케터는 낚시꾼인가?

낚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마케터는 뭘 하는 사람일까.

특히 SNS를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후킹’에 집착한다. 그래서 마케터는 물건 팔아재끼는 사람, 장사꾼, 낚시꾼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여기에 한마디 하고 싶다.

낚는다는 것. 후킹 한다는 것.

이거 보기보다 엄-청 어려운 일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쉽게 낚이지 않는다. 낚시꾼은 좀 많은가? 광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하다. 광고비를 많이 태우면 성과가 좋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월에 몇억을 써도 망하는 캠페인이 많다. 소액의 광고비를 집행해도 알아서 바이럴이 되고 이른바 ‘터지는’ 캠페인도 많다.


후킹이 잘 되는 광고의 공식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SNS 마케팅이 참 쉬웠다. 그걸 이용해서 나는 SNS 전문 마케팅 회사에서 공장장처럼 참 많이도 광고를 찍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그 공식이 안 먹히더니, 이제는 광고다 싶으면 바로 스킵해버린다. 광고를 안 보려고 돈을 더 내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는 시대다.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광고의 문법에 딥하게 학습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엄지 손가락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고, 심지어는 ‘더 알아보기’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결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과정은 보통일이 아니다.


이 과정을 ‘마케팅 퍼널’이라고 부른다. 깔때기 모양처럼 고객 행동 여정을 ‘인지’ 단계부터 ‘구매’ 단계까지 설계하는 방법론이다. 여러 가지 퍼널 모델들이 있다. 그런 건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들이니 굳이 여기에 적진 않으려고 한다. 나는 솔직히 퍼널 설계도 한물 간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를 예측하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을 예측해도 변수가 너무 많아서 다 틀린 가설이 되어버린다. 시도를 여러 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마케팅은 속도전이고 광고비 예산은 늘 모자란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지금도 수많은 마케터들이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퍼널을 짜고, 실행을 여러 단계로 쪼개서 테스트하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터지는 광고. 잘 된 캠페인.

그것은 그의 몇백 배에 달하는 실패한 캠페인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빙산의 극히 작고 뾰족한 일부가 아주 잠깐 수면 위에 떠올라 있는 상태일 뿐이다. 그마저도 금방 녹아버리는 것이 요즘 디지털 마케팅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유능한 마케터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는 앞으로도 내가 풀어내야 할 큰 숙제이다.


참고로 나는 지금 그냥 가설을 100개 정도 세우고 모두 테스트해보는 양치기 전략을 실행 중이다. 품은 많이 들지만 그래도 그중에 2-3개는 성공한다. 그럼 된 거지. 사람들은 그 2-3개라도 기억할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퍼포먼스 마케팅의 본질적 접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