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l J Apr 10. 2016

승무원 딸을 둔 엄마의 이야기

엄마에게 배우는 세상.

어렸을 때 부터 주변사람들을 잘 챙기셨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많다.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거라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또 다른 사람이 내가 필요로 할 때 나타나 날 돕는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대로 나는 많은 승객분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승무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승무원 최종합격을 하고 조인날짜를 기다리는 중이였던 때의 일이다. 하루는 엄마가 운전중에 신호대기 빨간불을 받아 서있었는데 군인트럭이 갑자기 엄마차를 뒤에서 박아 사고가 났었다.




가만히 신호 잘 지키고 있는 차를 박아 사고가 났기에 백퍼센트 상대방 운전자의 과실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사정을 듣고 그냥 보험처리 했고 그 분들을 그냥 돌려 보내셨다고 하셨다.



엄마의 마음을 듣기 전에 나는

평소에는 엄청 깐깐한 우리 엄마인데 다시 생각해봐도 이런 사고에 심지어 병원도 몇주 다니셔야 함에도 그냥 보냈다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픈 엄마의 모습을 보니 너무 속상하기도 했다.


엄마 도대체 왜 그러신거냐고 따지듯이 물었는 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저 눈물만 펑펑 흘렸다.



엄마의 이야기


사고 후 엄마가 차에서 내려 보니 뒷범퍼는 망가져 있었고 앳되어 보이는 군인 두명이 울상을 하고 헐레벌떡 내려오더란다.




엄마는 놀란 마음을 진정하시고 어떻게 사고를 처리할 것인지 그분들에게 말씀 하셨는데, 순간 그 군인두명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엄마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달라며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그 두분은 막 군에 들어간지 반년도 안 된 20살의 군인들이었고 민간인을 상대로 사고가 발생했기에 뭐 다들 생각하실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가 있었다. 너무 죄송하다고 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구구절절 눈물까지 고여가며 설명하는 그 두분의 절실한 표정을 보니 엄마는 순간 내가 떠올랐다고 하셨다.  



'우리딸도 승무원이 되면 해외로 나가 사니이제는 내가 옆에서 챙겨 주지도 못하고 타지살이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될텐데... 내가 이번일을 이해해주고 넘어가면 누군가 우리 딸이 실수 했을 때 너그럽게 용서해 주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든 엄마는 우리자식 같아서 이번일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앞으로는 운전 조심히 하고 군생활 잘 마치라고 그 두분을 그대로 보내셨다고 했다.



엄마의 속마음을 전해 듣고 얼마나 울었던지.. 나는 합격했다고 마냥 좋아하기만 했었는 데 엄마는 승무원이 되어 내가 겪게 될 세상의 많은 일들까지도 염려하시고 걱정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고 뭉클했다.



우리 엄마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 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도록 나 또한 엄마를 보며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었다. 또 나를 얼마나 생각 하시고 사랑하시는지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엄마의 가르침 덕택에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됨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정말 엄마의 말씀처럼 지난 4년간의 외국살이에 좋은분들을 많이 만나 도움을 주고 받게 된 것도.



엄마의 딸로 태어나 기쁘고 감사하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나와 함께 해주시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