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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Aug 03. 2016

외항사 승무원의 숙제

휴가가 나에게 남긴 것들

단 일주일,   
한국에서의 달콤한 휴가 후



햇수로 5년차 승무원이 된 지금도 여전히 적응 되지 않고,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큰 숙제는 바로 한국휴가가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날 가족들과 안녕하는 공항에서의 그 순간이 아닐까.


이번엔 괜찮겠지 나 스스로를 토닥이며

'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다른 편에서의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마음아픈 생이별을 반복하는 걸까 ' 하는 허무한생각이 동시에 찾아온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 이번만큼은 덜 슬프겠지 라고 생각해도 매번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여전히 이별의 순간이 어찌나 힘들고 가혹하게 느껴지는 지 정말 외항사 승무원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외항사 승무원이 되실 예비승무원 분들께서 감내해야 할 것 중에 가장 큰 숙제라고 느껴진다.


이젠 무뎌졌겠지 싶다가도 공항에서의 이별은 매번 마음 아프고 힘들다. 그리고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익숙해 지지 않을 것 같다.


꿈 같았던 휴가를 마치고 다시 베이스인 타지 도착, 돌아와 텅빈 집에 불을 켜면 휴가 내내 엄마가 해주셨던 새 밥냄새와 가족들, 친구들이 없다는 것에, 지난 몇년간 살아온 시간이 너무도 무색할만큼 낯선 곳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힘들다가도

장거리비행을 하고 돌아오면 또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와서는 원래 내 집인 것 마냥 푸근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


승무원카페에 국내 메이저 항공사에 근무하시는 현직분이 좀 더 자유로운 외항사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신다며 글을 쓰셨기에 댓글을 달아드렸다. 평소엔 댓글을 전혀 달지 않는 성격인데 나도 모르게 댓글쓰기를 꾹 누르고는 길게 써내려갔다. 한국 베이스 진심 부럽습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라고 좋은점 힘든점 등 내 사정에 대해 댓글을 달아드렸다, 그분께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외항사가 더 부럽다고 하셨다.


이런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가지 않은 길이기에 각자에게 주어진 숙제가 커 보이고 상대방의 환경이 부럽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이 너무 좋고 만족스러움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외항사 승무원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 이 나라에 정착한 한국인 교민분들 께서도 이 낯선 땅에서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하루 빨리 접고 돌아가는 게 좋다고들 말씀하신다.


한국보다 업무강도나 압박이 없는 곳에서 일하다가 한국사회에 너무 늦게 가면 적응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힘들다나. 하지만 그것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적응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낯선땅, 외국인에 둘러쌓여 살아도 봤는데 한국에 들어가서 무엇이 겁이 날까. 지금은 마냥 좋을 것 같다. 내 나라, 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한국으로 돌아 가면 물론 힘든일도 생기겠지만 혼자서도 이겨내봤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외항사 승무원으로서 배운 것은 낯선 땅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살아본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대한민국이라는 나의 나라와 부모님, 친구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마음깊이 새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혹시 곧 조인을 앞두셨다거나 예비 외항사 승무원 분들이 이 글을 보시거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포괄적이며 쉽지만 제일 어렵다는 긍정적인 마음이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이별의 순간을 견뎌야 하는 큰 숙제도 생길 것이다.


외국항공사에 근무하며 가족, 친구들의 경조사, 한국이었다면 쌓여갔을 소소한 추억들 등 포기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포기한 것들 보다 배우고 얻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항사 승무원에 대해 오직 환상만 가지고 계신분들께 솔직한 내 심정을 말씀 드리고 싶었다.


구독해주시는 감사한 작가님들과 읽어주시는 분들께 휴가에서 막 돌아와

마음이 요동치는 시간에 조금은 감정적으로 쓴 글이니 너그러이 이해하고 봐주셨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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